- 문화일보
- 입력 2008-09-22 15:08
청명한 하늘,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여전히 날씨가 무덥고 올해 가을은 유독 짧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풍철도 머지않았다. 산은 이제 ‘정복의 대상’이라기보다 개성을 과시하는 또 하나의 패션 무대가 되고 있다. 올 가을 등산복은 부드럽고,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한 ‘소프트 아웃도어룩’이 대세다.
등산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유럽풍 ‘라이프 스타일형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강석권 라푸마 디자인실장은 “아웃도어의 패션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올 가을 시즌에는 북유럽 분위기를 응용하거나 서로 다른 컬러의 원단을 이어 붙여 구조적인 느낌을 주는 패션 아웃도어 제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복이 날씬해진다=기성복에 나타났던 슬림화 현상이 아웃도어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디라인을 잡아줘 날씬해보이는 재킷이나 옆 라인에 다른 소재를 적용해 신축성을 살린 티셔츠를 고르면 체형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다. 남성 재킷도 통짜형 라인보다 슬림한 라인을 강조하고, 지퍼나 입체 패턴을 적용해 스포티한 느낌을 살린 스타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몸에 달라붙는 슬림한 옷은 활동하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등산을 비롯한 각종 레포츠 활동처럼 몸을 크게 움직이는 운동을 할 때는 신체라인에 자연스럽게 붙는 날씬한 패션이 활동하기에 좋다. 체격이 커서 고민이라면 절개나 입체 패턴 등으로 날씬하게 라인을 살린 제품을 고르는 것이 적합하다. 바지 통도 슬림해졌다. 이런 바지와 허리라인이 살짝 들어간 슬림한 재킷, 신축성 좋은 티셔츠를 매치하면 멋스럽다.
◆경쾌한 캔디컬러 바람=가을철 등산복에도 알록달록 물이 들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색과 검은색이 등산복의 주류였다. 올 시즌에는 산뜻하고 발랄한 컬러가 주를 이룬다. 꽃무늬와 함께 옐로, 바이올렛, 그린, 핑크, 오렌지 등 상큼한 캔디컬러가 유행이다. 남성 등산복도 올리브, 와인, 오렌지 등 밝으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다양한 컬러가 눈길을 끈다. 배색 재킷 안에 컬러풀한 티셔츠를 받쳐입어 포인트를 주면 좀 더 젊어 보인다.
톤온톤(유사색상을 2가지 이상 톤으로 조합) 위주의 컬러 구성에서 벗어나 하나의 제품에 ‘오렌지+바이올렛’이나 ‘핑크+블루’처럼 대비되는 색을 함께 사용해 보다 과감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믹스매치(서로 다른 스타일을 섞는 것) 코디법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옐로 재킷에 짙은 네이비색(영국 해군 제복에 쓰인 짙은 남색) 바지를 매치하거나, 흰색 바지 위에 진한 레드 컬러 재킷을 매치하는 식이다. 이런 조합이 부담스럽다면 재킷과 바지는 톤온톤으로 매치하고 안에 입는 티셔츠나 셔츠, 혹은 배낭 등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패턴 면에서는 북유럽을 연상케 하는 노르딕 패턴(눈꽃 무늬)이 널리 쓰이고 있다. 재킷 가슴 부분에 눈꽃 무늬를 띠처럼 넣거나, 털 방울이 달려있어 귀여운 느낌을 살린 모자 같은 노르딕 아이템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 영향으로 멀티 유즈 제품 인기=등산바지를 입고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에 기능성이 조화를 이룬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옷을 여러 가지 용도로 입을 수 있는 멀티 유즈(다용도) 제품들은 불경기일수록 불티나게 팔린다.
등산복도 이제 나들이를 하거나 도심을 산책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평상복으로 인식되면서 감각적인 소프트 아웃도어룩이 주목받고 있다. 활동할 때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스트레치 소재, 초경량 기능을 내세운 소재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좋은 재킷들도 출시됐다. 바느질없이 접합하는 웰딩(welding·무봉제접합) 기술을 써 방수와 경량화 두 가지 토끼를 잡은 제품들이다. 일반 봉제제품보다 가볍고 실루엣도 살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런 제품들은 지퍼, 프린트 등으로 디테일을 살려 스포티한 느낌을 더했다. (도움말=K2, 라푸마)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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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딸 출산’ 레즈비언 부부 “서로 사랑하면 가족” 국내 동성 커플 중에는 처음으로 딸을 출산한 김규진(32), 김세연(35) 부부의 인터뷰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지난달 30일 코스모폴리탄은 이들 부부의 인터뷰를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안전 문제 등으로 딸 ‘라니’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다.인터뷰에서 세연 씨는 ‘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창할 것 없다”며 “서로 사랑하고,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이라고 말했다. 규진 씨는 “민법상 가족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물론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까지”라면서 “그런데 재밌는 건 후자의 경우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만’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함께 지내는 게 가족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혈연만이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내가 말한 것처럼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의 저자 규진 씨는 지난 2019년 동성 연인 세연 씨와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됐다. 그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규진 씨는 신혼 여행 휴가를 받기 위해 회사에 청첩장을 내 큰 주목을 받았다.이후 규진 씨는 지난해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무기명·랜덤 방식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사랑스러운 딸 ‘라니’가 태어났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과 출산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성 소수자 부부로서 어떻게 출산할 생각을 했는지 묻자 규진 씨는 프랑스에서 만난 여성 상사가 자신에게 한 말을 전했다. 그는 “원래는 둘 다 아이 생각이 없었다. 아내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저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다”며 “(그러던 중) 제가 프랑스로 파견을 갔다. 정자 기증 센터와 접근성이 좋아지니 (아이를 갖는걸) 시작하기 용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본사에 출근한 첫날, 이성애자 여성인 상사와 점심을 먹다가 ‘가족들은 어디에 있어?’라기에 제가 ‘아내는 한국에 있어’라고 했는데 ‘그래? 애는 가질 거지?’라고 말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법적 부부도 아닌데 엄마라고 하는 게 맞느냐’고 의문을 던지는 일부 시각에 대해 세연 씨는 “그들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엄마라고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규진 씨 역시 “그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그렇게 치면 입양한 아이나 재혼 가정의 아이는 자녀가 아닌 거냐”고 되물었다.단지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던지는 악플에 대해 규진 씨는 “저희를 실제로 만나면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진 씨는 “맘카페뿐 아니라 모교 커뮤니티에도 (악플이) 올라오고, 아내가 의사인 걸 밝혔는데 의사 커뮤니티에도 올라온다”며 “한번은 맘카페의 악성 게시글에 ‘저도 엄마여서 여기에 있는데요’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너무 죄송하다며 지우더라”고 일화를 공개했다.두 사람은 향후 아이에게 어떻게 ‘젠더 교육’을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규진 씨는 “어떻게 자라든 전형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벨기에 클리닉에서 ‘주변에 매일 보는 남성이 없을 텐데 그런 점은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상담사분이 필터링으로 걸러진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라 남성의 장점과 단점, 여러 면을 다 보여줘야 아이가 다양한 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세연 씨도 “우리가 엄선해서 어른들을 보여준다면, 그건 현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다만 난관은 여전할 전망이다. 두 사람은 한국에선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규진 씨는 “저희가 돈을 벌고 건강할 때까진 큰 문제가 없겠지만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리거나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은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긍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연 씨는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규진 씨는 “이 사회의 모두가, 모든 가정이 다 똑같은 모습이라면 이렇게 재미있진 않을 것”이라며 “다들, 함께, 지금까지처럼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임정환 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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