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편안 여당서도 반발… 대폭 수정 불가피

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 처리 과정에서 정치권 반발에 부닥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3일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행정부 안을 당이 전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 문제는 참으로 예민하고도 서민들의 심리가 어떻게 흐를지 모르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측 입장을 듣고 난상토론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당정 협의를 가진 다음날 나온 것으로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당론을 한번에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 개편안을 놓고 찬반 격론을 벌였다. 토론에서 비강남, 지방의원들이 정부안 수정 입장을 강하게 밝힌 반면 종부세 혜택 대상자가 많은 강남 및 용인, 분당지역 의원들은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은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강력 저지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1% 특권층만을 위한 종부세 감세 방침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이것을 저지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부자감세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조세정의를 위한 징벌적 과세는 곤란한 것”이라며 “형평에 어긋나는 징벌적 과세를 바로 잡는 것은 마땅하고, 수입 없이 평생 갖고 있는 자산이 집밖에 없는 분한테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을 물리는 것은 사회복지대책 차원에서 문제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종부세를 개편한다는 것은 대선공약이고 총선 공약”이라며 “공약에 따라 종부세를 손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종부세 개정안은 한나라당의 당론여부에 따라 정부 입법안으로 할지 당정합의안을 할지 정해지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권로미·심은정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