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협상종결 수순” vs “美 압박전술”

북한이 핵불능화 중단선언을 한 지 한달만에 실제 행동에 돌입함으로써 북핵문제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최대 위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측은 24일 영변 재처리 시설내 봉인과 감시장비를 제거한 데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의 현장 접근을 차단했다. 이어 일주일내에 재처리 시설에 핵물질을 투입하겠다고 IAEA측에 통보했다.

핵불능화 중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생산작업까지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핵불능화를 조건으로 중유 100만t 상당의 대북 경제·에너지지원을 약속한 ‘2·13합의’ 파기라는 점에서 이것이 실제화할 경우 6자회담 프로세스는 사실상 파산상태를 맞게 된다.

북한이 미국 대선을 4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의도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단계적 위기고조 수순이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의 6자회담을 끝내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과 핵신고에 대한 검증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막판전술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북한이 곧바로 재처리에 돌입하거나 IAEA 감시요원을 추방하지 않고 재처리 돌입에 앞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적 유예를 둔 점, IAEA 감시요원의 핵시설 접근권만 제한한 점은 아직도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강경대처를 어떻게 볼지,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가는 것인지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편 6자회담 참여국들은 현상황이 북핵실험 이후 상황 만큼이나 위중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일단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유 장관은 북한의 핵시설 봉인 제거에 대해 “상황을 북핵 6자회담 2·13합의 이전으로, 또 2006년 10월 북핵실험 이후로 되돌리는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4일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방침 통보에 대해 “우리는 그간 6자회담 과정에 많은 부침을 경험해왔다”면서 “우리는 6자회담 참가국들과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 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미·중 외교장관들은 뉴욕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북한의 불능화 중단조치 이후 대책을 협의했으며 미국측은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협의에 들어갔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유엔총회에 참석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 일본 신임 외상과도 만나 북핵공동대응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

■2·13합의이후 북핵일지

◆ 2007년

- 2월13일 = 북핵시설 불능화 및 중유 100만t 상당 에너지 경제 지원 골자로 한 ‘2·13합의’ 타결

- 7월15일 = 북, 중유 5만t 도착.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발표

- 10월3일 = 핵불능화 및 핵신고 연내 완료를 골자로 한 ‘10·3합의’ 타결

- 11월1일 = 미, 북핵 불능화팀 방북, 불능화 조치 착수

◆ 2008년

- 6월26일 = 북, 핵신고서 제출. 미국, 대북테러지원국 해제 절차 착수

- 6월27일 = 북,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 8월11일 = 미, 대북테러지원국 해제 유보

- 8월14일 = 김정일 국방위원장 뇌출혈(추정)

- 8월26일 = 북, 불능화 조치 중단 성명 발표

- 9월2일 = 북, 미측에 핵시설 복구작업개시 결정 통보

- 9월19일 = 북, 외무성대변인 ‘영변 핵시설 원상복구 중’ 확인

- 9월24일 = 북, 핵시설 봉인 및 감시 카메라 제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 현장접근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