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진실과 악플 그리고 사이버모욕죄

20여년 간 ‘국민 연인’이었던 최진실씨의 죽음이 충동적인 자살로 추정되고, 고인이 자살 직전 최근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한 악성 괴담 및 댓글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고인을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애통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여당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인터넷의 악플에 있다고 하여 ‘사이버 모욕죄’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진실법’이라는 명칭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인터넷 악플 행위에 대해 기존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최진실법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촛불집회 이후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고 만드는 반촛불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7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관련해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검토하는 등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그동안 지속돼 왔다. 정보통신망법에서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특별 규정을 두고 있는 것처럼,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상 댓글이나 게시판을 통해 욕설·폭언을 하는 온라인상 모욕행위에 대해 형법상 모욕죄의 특별 규정을 두어 그 처벌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입법이다.

이른바 악플 대부분은 어떠한 사실을 적시하는 명예훼손 행위보다는 일방적으로 욕설·폭언을 하는 모욕행위로 이뤄진다. 또 주변 사람에게만 욕설에 의해 영향을 주는 오프라인상 모욕 행위와 달리 온라인상 악플은 삭제되지 않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로 그대로 남게 돼 그 파급력과 전파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엄청난 영향력으로 이번 최진실씨 자살 사건과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욱이 가상 공간의 활동인 사이버상 모욕행위를 오프라인상 실제 범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으니, 이를 기존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하며 역동적인 표현 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 발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상 표현행위에 대해는 자율적 규제와 법적 규제가 서로 조화돼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의 그늘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에 나타난 인터넷 상황은 인터넷 이용자나 포털 등의 도덕이나 양식에 의한 자율적 규제를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인터넷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 쪽이 반대하는 쪽을 압도하고, 특히 인터넷을 많이 접하는 젊은층이 규제의 필요성에 더 찬성할 정도로 인터넷 폐해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관해 대법원에서는 ‘인터넷 게시판의 속성 자체가 익명성의 보장으로 인한 무책임성과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있다’고 인터넷상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명하는 표현의 자유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절대적이거나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인터넷상 표현 행위는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만, 같은 조 제4항에 의해 타인의 권리나 명예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헌법상 의무를 가진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한다고 해서 거짓말을 할 자유나 남에게 욕설할 자유가 인정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촛불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이 내세우는 정략적 주장이다. 또한 법적 규제를 자초한 인터넷의 그늘과 악플에 의해 야기된 이번 자살 사건과 같은 피해 사례에 대해 눈 감고, 거짓말과 욕설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이헌 / 변호사, 시변 대표대행 겸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