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장애인 ‘윈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선규(왼쪽)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이 지난 6월 경기 부천시의 ‘유베이스 유니티’(모회사 ‘유베이스’)를 방문,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장애인 근로자와 대화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제공

대기업이 장애인 친화적인 자회사를 설립, 특히 중증장애인 등이 대기업에 채용돼 일할 수 있는‘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고용의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로 잘 알려진 ‘NHN’은 16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장애인 표준사업장’ 자회사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표준사업장으로는 5번째로 등록된 이 업체는 대부분 안마사 업종 외에 일반고용시장 진입이 사실상 봉쇄됐던 문화 분야에 중증시각장애인들을 파격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NHN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될 이들 시각장애인은 깜깜한 공간에서 ‘어둠’을 소재로 한 공연에서 일반인의 체험을 도와주는 공연 가이드로 활동할 예정. NHN 자회사는 공연가이드 사업체 연수프로그램에 우선 15명을 채용한뒤 40여명으로 장애인 근로자를 늘리고 헬스키퍼·정보통신(IT)사업, 사내 배달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이 처음 시도한 자회사 형태의 제1호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지난 1월초 포스코가 만든 ‘포스위드’. 포스위드는 2%인 장애인의무고용 비율 차원을 떠나 아예 세탁이나 사무직 등 장애인 친화적인 업무와 근무환경을 창출, 서비스 업체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포스위드의 주업무 영역은 인력관리(HR)사무, 통신(콜센터), IT 지원, 세탁 등으로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포스위드는 서울 포스코센터와 광양제철소 사업장의 성공에 힘입어 연말에는 포항에 본사 건물을 신축해 지적(정신지체) 장애인 등을 고용하기로 했다.

포스위드, NHN 등에 이어 17일에는 의료계로서는 처음으로 한림병원(인성의료재단)이 장애인 27명을 채용, 세탁 및 청소·소독, 일반사무 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자회사 설립 협약식을 갖는다.

또 지난 8월 ‘유베이스’의 자회사로 출범한 경기 부천시의 ‘유베이스 유니티’가 최근 장애인 26명을 대량 고용했으며 학교법인으로는 ‘나사렛학원’이 모회사인 충남 천안시의‘D&C’가 장애인용품 전문업체로 장애인 28명을 고용키로 했다.‘엘림비엠에스’가 모회사인 서울 동대문구의 ‘이엘아이비에스’는 여행사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장동수 공단 홍보협력팀장은 “SK그룹, 동양그룹 등 대기업과 서울대병원 제주대병원 등으로부터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 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정부에서 장애인고용에 필요한 작업·부대·편의 시설에 드는 비용을 최대 10억원 한도에서 무상 지원하고 직무선정, 인력풀 제공, 고용관리컨설팅등을 지원하는 제도. 설립요건은 장애인 수가 10인 이상, 상시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되 장애인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