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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10월 29일(水)
“‘달찬놈’이 뜨긴 떴나 봐요”
‘촉수춤’ 인기몰이…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원더걸스의 노바디보다 좋다.’ ‘장기하와 인기그룹 빅뱅 중 누가 더 음악성이 높은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요즘 인터넷웹상에서는 가수 장기하(26)가 대세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달이 차오른다, 가자’가 대중음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군더더기를 뺀 담백한 사운드가 바탕이 되지만 귀에 착 감기는 중독성 강한 노래와 함께 두 팔을 흐느적거리는 일명 ‘촉수춤’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1970년대 고고장에서 봤던 다이아몬드 스텝을 응용한 듯한 춤 동작과 마치 최면을 거는 듯 팔을 휘젓는 기괴하면서도 코믹한 댄스가 혈관을 고동치게 한다. ‘빠삐놈’에 이은 ‘달찬놈’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여름 시즌 큰 인기를 끌었던 ‘빠삐놈’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배경음악에 아이스크림 ‘빠삐코’ CM송을 절묘하게 믹스한 이용자제작콘텐츠(UCC)다. 이번에는 ‘빠삐코’ CM송 대신 ‘달이 차오른다, 가자’가 결합해 ‘빠삐놈’이 울고 갈 만한 재미있는 콘텐츠가 탄생했다.

지난 26일 서울 홍대 앞 클럽 ‘타(打)’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오전 2시쯤 한 카페에서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와 만났다. 리더 장기하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다. 평소에는 작사, 작곡, 노래, 기타·드럼 연주를 하며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장기하는 “우리 밴드의 노래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적절한 언어와 음악으로 그때그때 상황에서 느끼는 것, 재미있는 것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매사에 농담하는 것을 좋아하죠. ‘나는 예술가다’라는 식으로 고압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공연에서도 엄숙하게 연주하기보다 의도적으로 유머러스한 요소를 첨가합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생기게 되면 그 자체로 좋은 거죠. 우리는 실험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좋은 가요를 부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에요. 각자 편한 방식으로 우리 음악을 즐겨주시면 됩니다.”

‘가사 꼬아쓰기’와 능청스러운 랩으로 유머러스함과 진지함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노래 ‘달이 차오른다, 가자’뿐만 아니라 최근 싱글 앨범에 수록된 ‘싸구려커피’, ‘느리게 걷자’ 등에서도 복고적인 포크록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장기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서태지의 춤과 가요쇼프로그램을 즐기던 모범 학생이었다. 2002년부터 신중현이나 산울림, 송골매 등 1960~80년대 음악과 ‘신중현과 엽전들’에 수록된 ‘미인’이 너무 좋아 계속 돌려 들었다. 이 같은 음악은 전 세계 중 한국에서만 나왔던 스타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60~80년대 한국의 음악 창작자들처럼 한국어의 억양과 리듬을 살린 음악으로 지금, 이곳의 문화를 노래한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짙은 입술 화장과 원색적 의상을 입고 앉아 있던 두 명의 백댄서 미미시스터즈 멤버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가수는 얼굴이지”라는 생각에 얼굴 잘생긴 미남들로 밴드가 만들어져 밴드명이 ‘장기하와 얼굴들’이 됐고, ‘미미시스터즈’ 멤버들은 ‘무표정’과 ‘침묵’이 그들의 ‘탄생설화’ 일부분을 구성한다는 것.

“음악에 충분히 집중하면 춤을 안 출 수 없죠. ‘동작의 시대성’을 생각하고 춤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노래니까 음악에 어울리게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미미시스터즈와의 비밀회의를 거쳐 재미있는 춤을 만들죠. 이때만은 미미시스터즈 멤버들도 말을 합니다.”

이 밴드의 노래 ‘느리게 걷자’의 ‘그렇게 빨리 걷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와 같은 가사들은 격렬한 ‘속도사회’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으로서의 ‘느림’을 이야기한다. 장기하는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에서 노래했던 상황처럼 말 그대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허무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밴드하는 게 재미있어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초에 정규앨범을 낼 예정이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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