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SW 역할

‘안전한 길이 위험한 길이며, 위험한 길이 안전하다.’ 미국의 경영 전문 저술가 세스 고딘은 오히려 ‘위험한 길이 안전한 길’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위기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성 사고(possibility thinking)’를 가지고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1990년대 말 이후 10여년 간 한국경제는 전자·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을 버팀목으로 삼아 다양한 형태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고 이제는 세계 13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다소 주춤하고는 있지만, 달리 보면 지금이야말로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식산업은 우수한 인재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궁무진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든든한 제조업 기반 위에 지식산업을 얹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경제의 지식산업화는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시대적 과제다.

‘21세기는 지식이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서비스, 문화, 영상, 의료, 교육 등 지식산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초과학에서부터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과 산업의 기반이 되어 ‘종합 사이언스’로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 분야야말로 국가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뉴 정보기술(IT)과 융합 신산업 구현의 중심축으로서, 환경·로봇·자동차 등 실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거의 모든 첨단 제품과 서비스가 소프트웨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최근 기업데이터센터(IDC)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지식산업인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7200억달러가 넘는다. 한국의 대표적 제조업 수출 상품인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이 2400억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쉽게도 글로벌 100대 소프트웨어 업체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불법 복제에 따른 피해 등으로 국내 대표적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진출을 설계할 발판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존의 정부 정책이 소프트웨어산업보다는 하드웨어산업에 무게 중심을 두었고, 그 결과 IT산업 전반이 ‘지식 집약적’ 고부가가치로 업그레이드되기보다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머물게 된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에겐 많은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역동적인 인터넷 환경을 자랑한다. 정예화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배출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풀이 있으며, 선진국 선두 업체와의 격차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해외 시장을 제대로만 공략한다면, 전자·자동차·조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프트웨어산업도 새로운 역사를 써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은 한국경제의 대표적 산업이 된 전자·자동차·조선도 본래부터 우리의 산업은 아니었다. 현재는 ‘다른 나라 산업’으로 남아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한국의 대표적 지식산업으로 육성하는 일에 학계·연구계·업계·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은 단기적인 위기 극복에 온통 정신을 쏟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하고 지식산업의 글로벌 강자를 키워내는 청사진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새 정부는 국가 산업 발전에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모 / 대통령실 과학기술특별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