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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12월 05일(金)
환갑의 ‘잣나무 숲’에 안겨… 산소충전·활력보충
경기 남양주시 축령산 ∼ 서리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축령산의 남이바위 코스로 오르는 길에 잣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 축령산은 사철 푸른 잣나무 숲으로 유명하며 코스도 비교적 완만해서 누구나 쉽게 등반을 할 수 있다.
▲  축령산은 남양주 방면에서 보면 푸근한 흙산이지만 가평 쪽에서 보면 제법 바위들이 날을 세우고 있는 암산처럼 보인다. 수리봉으로 오르는 코스에 나무와 바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령산’이란 이름의 산은 두 곳이 있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경계에 있는 축령산(886m)과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의 경계에 있는 축령산(620.5m)이 그것이다. 두 산은 이름 이외에도 모두 성공적인 인공조림으로 유명하다는 비슷한 점이 있다. 장성 축령산은 ‘한국의 조림왕’이라 불리는 임종국(1915~1987) 선생이 편백나무와 삼나무숲을 한국 최고 밀도로 가꾸어 놓은 곳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남벌과 한국전쟁으로 황폐화된 이 산을 20년 넘게 가꾸어 지금은 후손들의 산림휴양지와 청소년 자연체험장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견학하러 올 정도다.

남양주시 축령산 역시 ‘축령백림’(祝靈柏林)이라 해서 잣나무로 유명하다. 해방전후 산 기슭에 심은 잣나무 묘목들이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름드리 잣나무 숲으로 변해 후손들의 산림욕장과 자연휴양림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주초 남양주시 축령산(祝靈山)을 찾아 이웃한 서리산(832m)까지 연계산행을 했다. 축령산과 서리산은 이미 겨울 분위기가 완연했다. 봄이면 철쭉이 터널을 이루던 두 산을 잇는 능선 부근은 나무들이 모두 잎을 떨구고 세찬 바람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

축령산은 산악인들이 매년 연초에 지내는 산신제인 시산제(始山祭)를 지내는 명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산의 이름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성계가 고려 말에 이곳에 사냥을 왔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산 정상에 올라 제(祭)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때부터 고사(告祀)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으로 불렸다고 전한다. 이성계까지 등장하는 이름의 유래치고는 좀 유치하다 싶다.

또 하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축령산 이름의 유래는 조선 세조-예종 당시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남이(1441~1468) 장군과 관련된 것이다. 축령산에는 남이 장군이 어릴 적 무예를 닦았다는 남이바위가 있고 정상에서 동쪽 방향으로 가평의 남이섬이 있는 것을 보면 남이 장군 유래설이 근거가 약하지 않다.

유자광의 거짓 고변을 들은 예종이 스물여덟의 남이를 죽이자 이 지역 사람들이 그 영혼을 위로하고자 남이와 관련이 있는 이 산을 축령산으로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남이 장군 유래설이 더 친근감이 간다.

축령산은 서리산과 연결돼 있어 연계산행을 많이 한다. 연계산행 역시 축령산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원점회귀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관리사무소와 숙박시설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오르면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모아 마시는 암벽약수를 만나고 이어 좀 더 가면 독수리바위-남이바위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닿는다.

능선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게 연결되지만 오른쪽 동북 방향으로 거의 절벽이 계속된다. 독수리바위는 아래서 보면 독수리 모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산 중에 수리산도 있고 수리봉이 많은 것을 보면 옛적엔 독수리가 많았던 모양이다. 남이 장군이 무예를 닦았다는 남이바위는 올라서면 그다지 커보이지 않지만 아래에서 보면 꽤 큰 슬랩이다. 남이바위부터 정상까지는 칼날 같은 바위능선을 타고 간다. 곳곳에 안내판이 있기는 한데 거의 관리가 안 돼 알아보기 힘들다.

축령산 정상에는 돌탑과 표지석이 있다. 정상에서는 운악산과 연인산, 천마산, 철마산, 화야산 등 탁 트인 전망이 들어온다.

정상에서 절고개까지 내려오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절고개에서 바로 계곡으로 떨어지면 휴양림관리사무소로 내려가는 길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던 방향으로 그대로 올라가면 서리산으로 가는 코스다.

서리산은 일년 내내 서리(霜)가 서려있는 산이라 해서 서리산 또는 상산(霜山)이라 불린다. 산 북서쪽이 급경사로 항상 응달이 져서 서리가 내리면 쉽게 녹지 않아 서리산이 됐다고 한다. 절고개에서 서리산까지는 40~50분 정도 걸린다.

서리산 서쪽 능선으로 철쭉동산이 유명하다. 봄철에는 이 철쭉을 보고자 찾는 이들이 많다. 서리산 철쭉나무는 50년이 넘는 것들로 상당히 키가 큰데 마치 3만3058㎡(약 1만여평)에 철쭉나무로 터널을 이룬 듯 하다. 사실 축령산-서리산은 이 철쭉을 보려는 봄철산행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서리산에서 철쭉동산 방향으로 죽 내려오면 화채봉을 지나 관리사무소에 닿는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관리하는 축령산은 자연휴양림이라기보단 인공휴양시설에 가깝다.

이 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조림된 잣나무숲이 자연림과 어우러진 풍광으로, 그곳에 자연스레 오솔길이나 등산로만 있었으면 좋았을 듯하다. 그런데 산 중턱까지 시멘트 도로를 깔고 3개의 커다란 주차장과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숙박시설과 대여회의실, 전망대, 야영테크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어 이미 자연스러운 맛을 잃어버렸다.

지나치게 큰 관리사무소와 시냇물을 가둬놓은 시멘트댐, 마치 군대의 유격훈련장에서 옮겨 놓은 듯한 놀이시설 등은 눈에 몹시 거슬린다. 지역경제에 신경을 쓰는 지자체보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직접 운영한다면 아무래도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놓았을 법한데 차라리 지자체에 맡기니만 못한 것 같다.

등산코스
▲축령산 코스 : 제1주차장-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 정상-절고개-임도삼거리-제1주차장(2시간30분)

▲서리산 코스 : 제2주차장-화채봉-철쭉동산-서리산 정상-억새밭삼거리-임도삼거리-제2주차장(2시간30분)

▲종주 코스 : 매표소삼거리-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 정상-억새밭삼거리-철쭉동산-매표소삼거리(4시간)


대중교통
▲버스 : 청량리역(330-1번), 잠실(1115번)↔마석 종점(1시간)/마석 종점↔축령산(30-4번, 40분, 1일 10회 운행)

▲기차 : 청량리역↔마석역(50분)

글·사진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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