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盧 전 정권의 위선 드러낸 친형·측근의 비리 혐의

노건평씨의 4일 검은돈 혐의 구속수감은 친제(親弟)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 그 외연 확장을 의미한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당선 직후 취임 이전에 인사비리 의혹을 들어 ‘청탁 = 패가망신(敗家亡身)’이라고 질타했지만 그때부터 방향을 헛짚고 임기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까이로도 10월23일 인터넷 사이트에 “사정기관들이 칼을 들고 저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며 끝까지 측근이 검찰의 핍박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 역시 결과적으로 이중적임을 지적받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재판부가 피의사실 소명과 증거인멸·도주 우려를 적시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에 노 전 대통령의 ‘동류’인 민주당이 “불구속 원칙이 지켜지길 희망했음에도 영장이 발부돼 유감스럽다”고 한 논평 또한 유의하며, 형사재판 확보를 위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한 법원의 판단마저 깎아내리는 조야한 법의식을 지적해둔다.

검찰은 노 피의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알선수재 혐의를 적시하면서 세종증권 매각 관련 로비의 연결고리 차원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 피의자는 2005년 6월 상경,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을 만나 검은 거래를 예약한 공범의 일원이었다니, 적실하다면 노 전 정권 중반기의 권력형 비리 그것이다. 우리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연임청탁 사건으로 단죄받은 지 1년 만에 재발병에 이르게 한 ‘비리 바이러스’를 개탄하며, 친형 전담 행정관까지 붙였다고 했으나 허언에 그친 노 전 대통령의 책임 몫도 가볍지 않다고 믿는다.

비리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미쳤을지 가늠하기 이르다. 검찰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해 ‘의혹의 폭풍’을 예고하다시피 했다. 박 회장은 미공개 정보 이용 세종증권 주식매매·휴켐스 헐값 인수·홍콩법인을 통한 조세포탈 혐의 등 폭풍의 핵이 숱하다. 검찰도 노건평 - 박연차 - 정대근의 ‘트라이앵글 커넥션’을 추적한다지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당초 반대했던 농림부가 입장을 바꾼 ‘굴신(屈身)’ 역시 그 경위와 전말을 진실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