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업체 ‘죽을 맛’

건설경기 불황 여파로 건자재업계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특히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대폭 줄이면서 건자재업체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고, 일선 건자재상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처해 있다.

19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구 인테리어 업체와 위생도기업체, 알루미늄 창호업체 등이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매년 3분기와 4분기는 건설사들의 분양물량이 증가하는데다 리모델링 및 이사 수요 등으로 계절 성수기를 맞았으나 올해는 오히려 매출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

가구·인테리어 전문업체 H사의 경우 11월 매출이 335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2억7000만원보다 90억원가량 줄었다. 더구나 영업이익은 10억7000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위생도기업체 A사도 주택경기 침체로 비데 등의 판매가 줄어들면서 10월과 11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한도자기타일공업협동조합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월 국내 위생도기 상위 5개 업체(계림요업, 대림비앤코, 아이에스동서, 세림산업, 대화요업)의 내수 판매량은 21만1300개로 예년보다 대폭 줄었다.

창호업계도 건설경기 한파로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중견기업 B사의 경우 시스템 창호의 판매 신장을 기대했으나 이사 및 리모델링 수요가 줄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0%가량 줄었다.

일선 건자재상에서는 신제품마저 아예 팔리지 않아 울상이다. 예년의 경우 10~11월 두달은 위생도기와 창호 등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올해는 AS 문의만 있을 뿐 판매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S건자재상회 백모(46)씨는 “지난해는 이사 교체 수요가 상당했는데 올해는 두달동안 3건의 화장실 개보수 공사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