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다문화 시대와 한국사회의 포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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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08-12-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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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민의 날’로 정한 배경에는 의미심장한 이유가 있다. 초창기 세계화의 핵심이 초국적 자본의 이동이었다면 오늘날 세계화의 주역은 사람의 이동, 곧 ‘이주(migration)’란 사실에 주목한 덕분이다. 세계 이주민의 날을 기해 정부가 ‘제1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한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이주의 고리 속에 한국 사회도 긴밀히 편입되면서, 이미 외국계 주민의 숫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현실을 간과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 미국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커뮤니티센터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한국의 이민사를 보면 1902년 12월 인천항을 떠나 1903년 1월 하와이에 도착한 103명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이민 송출국이었다는 것이다. 아주 근래 들어서야 이민 수입국이 되기 시작한 마당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한국계 이민자들이 낯선 외국 땅에서 당해야 했던 고난과 피눈물의 세월을 모두 잊은 채, 우리 땅에 허드렛일 하러온 외국인 노동자들 착취하고, 조선족 아줌마들 핍박하며, 결혼 이민자 가족 자녀들 차별하는 걸 보면 착잡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일찍이 이민정책을 통해 사회적 성장동력을 확보해온 미국의 경험은 후발 이주국가들에 타산지석이 되어줄 것인 바, 미국의 대표적 시행착오로는 아메리칸 드림을 앞세워 용광로 이미지를 전파하면서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였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각 이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뿌리를 인정해주면서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공유하는 이른바 ‘샐러드 바’ 이미지를 채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다문화 사회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부정의하고 불합리하며 불공정한 사회 구조와 끊임없이 투쟁해온 결실을 넘어, 이제 ‘주변으로부터 중심으로’ 차이가 다양성으로 승화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대명사라 할 GE, IBM 등에서도 사회적 소수집단을 주류 조직 문화 속에 포용하고자 적극 시도하고 있다. 실제 이들 글로벌 기업에선 여성들이 표방하는 가치관, 유색인종들이 바라보는 세계관, 신세대의 새로운 정서와 개성들이 주류 문화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이전에는 감춰져 있던 새로운 문제들을 발굴해내고 기존의 방식으론 해결 불능한 문제에 대해 기발한 해답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직 내 다양성이 창조성 및 생산성으로 연결되고 있음이 밝혀졌을진대, 국가 경영 차원에서 다문화간 공존을 사회적 성장동력 및 경쟁력으로 연계하는 방안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부상 이후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동남아시아 화교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을 보인다는 사실, 한국계·중국계·인도계 미국인 등 ‘다중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소설 영화 패션 등 예술 분야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 등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한국이 아시아권의 허브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이들 국내 이주자들의 인종적·언어적·문화적 다양성이 한국 사회의 성숙한 포용력과 연결되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에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단, 나와 다른 피부 색깔과 그들 문화의 진정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 위한 대전제는 자신감과 자긍심에 기초한 우리네 정체성을 공고히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근거 없는 차별과 편견은 부당한 열등감과 허세로부터 파생됨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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