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저작권 분쟁’ 이대로 좋은가-上>‘1년 6만건’ 무차별 고소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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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간이 급증하는 저작권 침해소송과 규제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국민이 인터넷에서 저작물을 공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사업자와 저작권자, 정부 등이 소모전인 법정분쟁과 논란을 거듭하는 사이에, 적잖은 국민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범죄자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문화일보는 2회에 걸쳐 인터넷상의 저작권 문제의 현황을 돌아보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군에서 한 1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개인간 파일공유(P2P)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소설을 무심코 인터넷 동호회에 올렸다가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직후였다.

인터넷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하는 네티즌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3년만 해도 1만369건에 그쳤던 저작권법 위반 고소 건수가 지난해 2만502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동안에만 3만2446건을 기록하는 등 연간 6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합의금을 노린 법무법인의 무차별적인 고소 공세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산업적 손실도 만만찮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산하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온라인에 유통된 음악물 거래량은 185억여건, 피해규모는 286억여원에 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저작물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유해물 차단을 위해 450여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하루 3교대로 투입하고 있다.이를 위해 연간 순이익의 10%에 맞먹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평균 올라오는 500만~600만건의 게시물을 전부 확인하는 것은 벅찬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자 인터넷 공간은 저작권자측과 인터넷 사업자측, 정부측이 각종 소송과 규제 이슈로 얽혀 난맥상을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상에서 문화콘텐츠 등과 같은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는 생산적인 차원의 논의는 정작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특히 보호에 치우친 줄소송과 규제 논란에 가려져 개인 사용자들의 저작물 공정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 자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개인 사용자가 이용자제작콘텐츠(UCC) 등에 음악을 끼워 넣거나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에는, 현재의 틀 안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자라면 1차 저작권자나 인접권자 등과 협의, 어렵잖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할수 있으나 개인의 경우 그 통로 자체가 닫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신 소송과 규제논란만 줄을 잇고 있다. 최근 검찰은 저작권자측의 고소를 받아들여 NHN·다음측을 저작권 침해 방조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유사소송까지 고려할 때 그 여파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중에 고소를 당해 난감한 표정인 NHN측은 “고소를 당하기 전부터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도입 채비를 해왔다”며 방조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문화부측이 입법 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 역시 규제수위와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한계를 놓고 당사자 간의 격론이 붙으면서, 발전적인 논의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