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배우들의 작지만 큰 무대

정통 화술과 연기 등 한국 연극의 표준을 자임하는 국립극단 배우들이 74석 규모의 스튜디오형 실험소극장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마련한 창작극 ‘통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스튜디오 배우열전’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 무대는 국립극단의 특성상 주로 정통극에 출연해야 했던 배우들이 자신들이 직접 고른 작품으로 관객과 침이 튀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밀접한 소통이 매력적인 공연이다.

2007년 말과 지난해 초 재일교포 작가 정의신씨의 ‘겨울 해바라기’와 1인극 ‘테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이들이 올해 선택한 작품은 강병헌씨가 쓴 ‘통닭’.

극은 통닭집을 무대로 우리네 이웃들이 사는 모습을 솔직하게 그린다. 29세의 새마을금고 직원인 딸 연수(이은희), 마을버스 운전사인 엄마(이혜경), 엄마와 자매처럼 지내는 통닭집 주인 정희(조은경). 세 여자는 매일 밤 통닭집에서 하루를 마감하면서 수다를 떤다.

어느 날 엄마는 마을버스 사장 강상구(김종구)에게서 청혼을 받게 되는데 25년 전 집 나간 아빠가 돌아오면서 일이 꼬인다. 결혼 전 삼각관계였던 엄마와 정희는 옛사랑 아빠를 두고 다시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딸 연수는 7세 연하의 영화감독 지망생 성기(노석채)와 대판 싸우고, 새마을금고에는 무장 강도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사건은 꼬여만 간다.

까칠하고 도전적인 연수, 삥땅하는 엄마, 주책 없는 주정뱅이 정희, 소심한 강 사장, 말할 때 침이 튀는 성기, 비참하게 망가진 연수 아버지 등 비록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정은 잃지 않는 건강한 소시민의 삶이 콧등을 찡하게 한다. 18일까지. 02-2280-4115~6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