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론’ vs ‘고래론’

통신업계 전체가 성장 정체의 늪에 빠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KT와 SK텔레콤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게 된 이석채 사장 내정자와 정만원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각각 보험과 고래를 매개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해 화제다. 두 내정자들의 이같은 주문은 방어보다는 공격 경영으로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미로 올해 통신업계 양강의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8일 KT에 따르면 이석채 사장 내정자는 발상의 전환 대표사례로 운행량에 따른 지불방식의 자동차 보험 서비스(PAYD:Pay As You Drive)를 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 자동차 보험은 통상적으로 차량 가액, 안전시스템 장착 상태, 운전자 직업 등으로 보험 가액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에선 운전자 운행량에 따라 보험료를 설정하는 PAYD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량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다 보니 차를 가끔 운전하거나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를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험료가 장년층에는 낮게 적용되도록 조정돼 운전기록이 양호한 사람의 경우 연간 보험료를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내정자는 최근 경영디자인 태스크포스(TF)팀 회의에서 “KT의 캐시카우인 유선전화 매출이 줄어들어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며 “PAYD 사례처럼 성장이 멎은 유선전화 사업을 새롭게 조직해 성장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부터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소에 사무실을 설치한 경영디자인 TF팀과 함께 경영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 이 팀은 KT 경영을 새로 짜기 위한 조직으로 영업, 마케팅 등 KT 각 부서에서 뽑은 35명 안팎의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화려한 관료 경력을 자랑하는 이 내정자는 경영디자인 TF팀과의 회의 때마다 현안의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단순화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 팀원들을 수시로 긴장시키고 있다. 이 내정자는 오는 14일 주주총회를 통해 KT 사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SK텔레콤 사장으로 임명돼 업무파악 중인 정만원 사장은 최근 ‘고래론’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기획단계에서 고래같은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지 말고 다양한 고래 후보군을 키우라는 것. 그중에서 싹수가 보이는 사업 한두개에 집중, 거대한 고래를 만들자는 의미다. SK네트워크 사장 시절 보여주었던 정 사장 특유의 순발력과 공격적 성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업무 파악을 위해 오는 3월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 직전까지 대외 활동을 피하고 업무 파악에 전념할 계획이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