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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주말 포커스 게재 일자 : 2009년 01월 17일(土)
얼굴없는 ‘사이버 검투사’ 인터넷 여론 재단
검증 안된 정보 세련된 짜깁기에 네티즌들 열광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지난해 중반부터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박대성(31)씨가 지난 10일 구속됐다. 이로써 ‘미네르바’의 실체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었지만, ‘미네르바 현상’은 두고두고 한국의 인터넷 역사에 남을 사건이 됐다.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는 이들이나 즉흥적인 댓글을 달며 만족하는 이들을 두고 ‘익명의 사이버 검투사(gladiator)’라거나 ‘사이버 좀비’라는 말들이 회자된 것도 ‘미네르바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네르바 현상’은 일반 시민들의 참여 확대라는 긍정적 토대의 산물이지만, 그 익명성으로 인해 여론 형성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철저히 자신을 감춘 채 자극적인 어휘와 날카로운 논리로 칼을 휘두르는 ‘익명의 사이버 검투사’가 논리적 판단이나 검증 능력이 결여된 ‘사이버 좀비족’과 결합할 경우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실명 논객에서 익명의 검투사로 =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나타난 ‘인터넷 논객’들의 자리를 ‘미네르바’와 같은 ‘익명의 사이버 검투사’들이 대체했다고 진단한다. 양쪽 다 자극적인 표현과 날카로운 논리로 정책당국이나 특정 정치세력을 호되게 몰아친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과거의 논객들은 그 실체가 공개됐던 데 비해 익명의 검투사들은 그렇지 않다.

박씨가 검거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네르바’를 ‘해외 체류 경험이 있고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50대 금융업 종사자’로 추정했던 게 단적인 예다. ‘미네르바’는 이같은 익명성이 때로는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원태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최근의 경제난에 대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종 정보를 짜깁기해서 세련되게 다듬어낸 네티즌에게 인터넷 이용자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이(정치외교학) 경희대 교수는 “참여자 중심의 ‘웹 2.0’시대가 열리면서 네티즌의 참여가 더욱 확산됐지만, 익명성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 등이 여론의 쏠림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익명의 검투사와 ‘사이버 좀비족’의 결합 = 익명의 검투사의 위험성은 그들이 ‘사이버 좀비족’과 결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논리적 판단이나 검증이 결여된 ‘사이버 좀비족’들이 인터넷 공간의 향도(嚮導)격인 검투사들을 따르면서 괴담과 허위사실 등이 난무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당시 ‘라면수프, 화장품 등으로도 인간 광우병이 감염된다’, ‘촛불시위 도중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식의 괴담이 사실인양 인터넷에서 떠돌았다.

미국에서도 ‘9·11 테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네티즌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정부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아무리 사실을 전해도 네티즌들이 안보면 그만”이라며 “이제 정부가 네티즌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임정환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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