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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09년 01월 28일(水)
“유신 시국사범 판결때 판사로서 참담”
오세빈 서울고법원장 후배들에 고별 e메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나의 좌우명은 정직과 신뢰입니다.”

28일 오세빈(59) 서울고등법원장이 법관으로서 가슴속에 담아두고 살아온 지난날의 소회를 풀어냈다. 최근 35년간의 법관 생활을 정리하며 사의를 밝힌 오 원장은 법복을 벗으며 후배 법관과 법원 직원들에게 자신의 재직 시절을 회고하는 편지를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 원장은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 직원들에게 ‘판사, 그 시작과 끝’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오 원장은 이 글에서 대학시절부터 초임판사 시절을 거쳐 법원장에 이르는 자신의 이력을 시기별로 나눠 지난 시절 개인과 법관으로서 고뇌 속에 보내온 나날을 떠올렸다.

오 원장은 대학 졸업 후 1975년 광주에서 초임판사를 시작했을 때에 대해 “당시 약하고 여린 마음에 장발 피의자에게는 과료를 선고하고 사정이 딱한 형사범의 경우에는 영장을 기각해 사사건건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판사 생활을 하며 특히 많은 번민을 했을 때는 유신시대다. 1972년 시작된 유신 직후 판사가 된 오 원장은 “형사합의 재판을 하면서 긴급조치, 유신반대를 외치는 피고인들의 항의를 받으며 우리 모두 물러나자는 부장님의 말씀에 묵묵히 따르기로 마음먹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집시법 위반으로 절친한 친구의 동생이 내 법정에 섰을 때 마음속 깊이 고민하며 괴로워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던 시절 법정에서 그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가며 재판했지만 후배인 학생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했고 판결도 소신에 따라 했다”며 “어느 여대 총학생회장을 교수님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집행유예로 석방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오 원장은 마지막으로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며 나 자신이 정직하고 정의로운 법관이었는지를 반성하겠다”며 “다시는 들을 수 없는 ‘판사’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린다”며 자신의 사임을 알렸다.

사법시험 15회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원장 등을 역임한 오 원장은 독일 괴팅겐대에서 경쟁법을 연구한 기업법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로 법원 내부의 ‘기업법 커뮤니티’를 이끌어왔으며 소신과 원칙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
e-mail 박준희 기자 / 사회부  박준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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