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성폭력 파문’ 확산일로>“민노총, ‘인권’ 내다 버렸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조직 보위’라는 이름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압박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조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권침해도 생기지 않게 고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0여개 여성단체들은 10일 ‘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과 제언’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엄혹한 시기를 내세워 사건의 공개를 주저하고 피해자 측에 내부적 사건 처리를 약속하면서도, 정작 언론에 사건을 유출한 것은 민주노총 간부들이었다”며 “민주노총 간부들이 술자리에서 이 사건을 여과없이 얘기하고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등 여성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총체적 인권의식이 부재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많은 여성들의 반성폭력 운동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아직까지 발생하는 데에는 성폭력을 개인이 조용히 해결하고 넘어갈 문제로 여기는 남성중심적 조직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한 다음 “위원장까지 구속되는 가장 엄혹한 시기에 최측근 간부가 조직을 도왔던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했다는 사실은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동료로 인정받기보다는 성적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노총이 제시한 ‘간부대상 성교육’ 등 대안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10년을 되돌아 보고, 10년을 계획하는 ‘성찰과 미래 보고서’ 제작 ▲반성폭력 활동을 비상대책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할 것 ▲아래로부터의 일상적 조직체질 개선작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