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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2월 18일(水)
‘우리 곁에 부활한 金추기경’
‘그분’ 앞에선 이념·빈부·종교도 넘어섰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조문을 온 시민들이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보수도 진보도, 여·야도, 종교간 벽도, 세대간 갈등도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물결 속에 하나가 됐다. 경기불황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김 추기경은 화해의 정신이라는 ‘김수환신드롬’을 일으키며 우리 곁에 ‘부활’하고 있다. ‘김수환신드롬’은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흔히 생각하듯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부 등 세속의 이해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가치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김 추기경의 선종 사흘째인 18일에도 빈소가 차려진 명동성당 대성전에는 새벽부터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17일에만 9만명 이상이 다녀간데 이어 18일에는 10만명 이상이 몰리는 등 이틀새 조문객이 20여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했던 큰 어른인 김 추기경의 조문행렬에는 그동안 반목을 일삼았던 우리사회의 보수·진보, 정치권의 여·야가 따로 없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빈소를 찾아 한목소리로 고인의 뜻을 따라 평화와 화해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고, 김형오 국회의장,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박근혜 의원, 민주당 정세균 대표·손학규 전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공동대표 등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어렵고 힘든 때 국민에게 사랑하고 나누라는 큰 가르침을 남기셨다”면서 김 추기경이 남긴 사회통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김 추기경의 균형과 조화의 정신을 받들자”고 입을 모았다.

반목이 적지 않았던 종교계도 종파를 떠나 조문 행렬에 참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엄신형 대표회장·최희범 총무, 원불교 장응철 종법사, 천주교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빈소를 찾았다.

지관스님은 “추기경님은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라며 “그 분의 삶에서 화해와 함께 공존하는 정신을 우리 모두 기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며 두 눈의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기기증 신청이 쇄도하며 경기불황으로 싸늘해진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김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사회복지 단체인 ‘한마음한몸 운동본부’에는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알려진 이후 후원 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오늘만 4명이 직접 방문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고 5명은 전화로 기증 의사를 밝혀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기증 운동 단체인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에는 평소 하루 평균 30명 내외인 장기기증 서명자가 17일에는 100명 선을 훌쩍 넘어섰다. 이밖에 미혼모 자녀의 입양신청도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이어령 이화여대석좌교수는 “김 추기경은 경기불황으로 지친 우리의 삶 속에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보다 근본적인 삶에 대한 도덕적, 종교적 가치를 던져주고 종교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면서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이 결코 정치적 권력이나 돈의 위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사랑, 생명에 대한 존중의 정신에 있음을 추기경은 가시면서도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는 “김 추기경이 생존해 계실 때는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서 계셨다면, 돌아가실 때는 화해와 평화의 기운을 주신 것 같다”며 “그 분의 선종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존중하고 화해하는 새로운 기운과 심성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와도 같다”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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