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큰 별’ 지다>70년전 젊은 그들… 한국 천주교 기둥으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오른쪽 두번째)이 동성상업학교(현 동성중·고) 재학 시절 신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선발된 ‘을조’ 16회 동기생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동성고 총동창회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1994년 12월9일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를 방문, 한 재소자에게 영성체 미사를 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1996년 4월23일 경북 울릉군 독도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1994년 5월29일 경북 안동시 안동교구 25주년 기념행사 때 참석해 신자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2007년 자신을 방문한 지인들과 새해인사를 나누고 있다. 평화방송·동성고 총동창회 제공

한 교실 50명 중에서 추기경 1명과 주교 2명, 몬시뇰 1명 포함 사제 16명….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김 추기경과 함께 ‘청운의 꿈’을 나눴던 서울 동성상업학교(현 동성중·고) 16회 ‘을조(乙組·신학생)’ 동기생들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70여년 전 ‘젊은 그들’이 명실상부한 한국 천주교계의 기둥이 됐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이 입학한 지난 1936년 동성상업학교는 ‘소(小)신학교’의 성격이었다. 이 때문에 신학생을 ‘을조’로, 일반 학생을 ‘갑조(甲組)’로 선발했다. 김 추기경과 같은 16회(1936~1941년) 중 ‘을조’ 학생은 50명. 그 중 16명이 훗날 사제 서품을 받았다. 김 추기경의 동기생인 최석우 몬시뇰(한국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은 “보통 다른 기수는 ‘을조’ 입학생 중 10% 정도만 끝까지 남아 사제가 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회상했다.

동성 16회로 사제 서품을 받은 졸업생들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한국 천주교사에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는지 알 수 있다. 김 추기경이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에 올랐고, 강원 원주교구장을 지낸 지학순(작고) 주교와 전북 전주교구장을 지낸 김재덕(작고) 주교 등 2명의 주교가 배출됐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기도 한 지 주교는 김 추기경과 함께 유신정권 시절 천주교계를 넘어 한국 사회의 양심으로 추앙받았었다.

몬시뇰도 1명(최석우 몬시뇰)이 나왔다. 이 밖에 경기 수원 수화초등학교 교장 신부를 지낸 정덕진(작고) 신부, 한국전쟁 때 목숨을 잃은 평양교구 서운석(작고) 신부, 경남 마산교구 신부였던 최동오 신부, 서울 관악구 봉천1동 본당 주임이었던 나상조(작고) 신부, 구전회(작고) 신부 등도 16회 ‘을조’ 동기생들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혼란 속에 학창시절을 보낸 탓에 16회 ‘을조’ 동기생들은 졸업 기념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정확한 입학생 명단과, 졸업생 명단도 남아있지 않다. 일제의 천주교구 분할 정책으로 학생 일부가 강원 원산교구로 옮겨야 했다.

실제로 지 주교는 입학은 동성상업학교로 했지만, 졸업은 원산 덕원신학교에서 했다. ‘동성고 100년사편찬위원회’ 홍장학(56) 교사는 “당시 학교가 ‘피란민 학교’ 분위기였기 때문에, 졸업생의 정확한 인원 파악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