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따뜻한 등불로 남으실 것”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장례미사를 끝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20일 고인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시민들의 ‘마지막 송사(送辭)’가 잇따랐다. 장례위원회 측은 19일 자정을 끝으로 추모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1만여명의 추모객이 아침 일찍부터 장례미사가 열린 서울 중구 명동2가 명동성당으로 몰려들어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김 추기경의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이날만 100여건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7시부터 명동성당 앞마당에 스티로폼을 깔고 기다린 신모(여·57)씨는 “(장례미사에) 못들어 가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라도 찾아와 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하던 황모(62)씨도 “온화하신 모습을 미사 때 많이 뵈었는데, 더 이상 뵐 수 없다니 아쉽다”며 “이제 가셨지만 국민들은 마음속으로 보내드리지 않았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속에 따뜻한 등불로 남아계실 것”이라고 전했다. 월요일부터 김 추기경 유가족들과 함께 밤을 새웠다는 김모(여·46)씨는 “좋은 나라에 가셔서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박모(53)씨도 “추기경님이 더 좋은 곳, 주님 곁으로 가시기에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날도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주로 인터넷과 TV에서 생중계되는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 방송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ID ‘차상민’은 “이제 저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소한 일상에서 작은 등불이 되도록 하겠다”며 “이제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고 편하게 하느님의 품에서 영생하소서”라고 썼다.
임정환·강버들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