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란극복 경험 살린 구조조정, 요는 과감한 집행이다

윤증현 경제팀의 2·10 출범을 전기로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전선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19일 제8차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제시한 구조조정 추진 방향의 주축은 ‘공적자금 수혈제도의 복원’이다. 자산관리공사에 설치할 구조조정 기금은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인다는 기능의 측면에서 1997년 11월의 부실채권 정리기금의 카피처럼 비친다. 또 18개 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채권은행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 말부터 44개 그룹의 재무상태를 점검하기로 하는 등 상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그 모두 10여년 전 환란을 극복해낸 정책조합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가 11년 만에 다시 공적자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금이 환란에 버금가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을 반영한다. 금융권에 맡겨온 구조조정 작업이 추진 주체의 ‘실질적 공백’ 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을 다듬어 국회 제출 계획 시한을 4월 말로 밝히는 등 구조조정 자금 및 수단을 선제 확보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도 20일 윤증현 팀의 이번 선택을 “10년 전 아시아 환란 당시 한국을 그 어떤 국가보다 빨리 침체에서 벗어나게 한 처방”임을 주목하면서 ‘현명한 선택’일 것으로 짚고 있다. 그같은 분석을 적실하게 하고 못하고는 정부의 역량 여하가 가를 것임은 물론이다.

관건은 역시 과감한 집행이다. “구조조정은 회생 가치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19일 언질은 ‘한계기업 퇴출 = 뒷전’이라는 오역(誤譯) 여운까지 적잖이 걱정스럽다. 구조조정 시나리오 가운데 최악은 퇴출 대상 기업의 연명이며, 그런 시나리오는 우량기업을 동반 부실로 내몰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이날 보고서 ‘기업 자금시장 불안 원인과 개선 과제’도 옥·석(玉石) 구분을 맨 먼저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