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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주말 포커스 게재 일자 : 2009년 02월 21일(土)
굿바이! 애환 어린 백열전구
‘에디슨이 대중화’ 100여년만에 퇴출 눈앞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태초에 빛이 있으라.’ 빛은 어둠을 물리친다. 사람은 어둠에 맞서기 위해 빛을 만들었다. 인류의 역사는 빛의 창조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빛이 어둠의 완전한 정복자는 아니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서는 기름등잔을 밝히기 위해 고래기름을 구하려는 인간들의 사투가 나오지만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차단 - 한 등불이 하나 /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고 노래한 김광균의 ‘와사등’은 차갑고 쓸쓸한 등이다.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가스등’은 착란을 일으키는 희미한 기억의 편린일 뿐이었다.

빛이 인간에게 진정 어둠의 정복자로 다가온 것은 1879년 겨울 미국 뉴저지주 멘로파크의 소복이 쌓인 눈길을 수많은 등이 환히 밝혀준 이후였다.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백열전구의 빛이었다. 물론 이 경이로운 빛이 전세계 구석구석에 대량 보급되기 위해서는 그 후로도 반세기를 더 기다려야 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1960년대 이후 한세대 동안 백열전구는 서민의 가정과 공장을 밝히는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 긴 줄에 의지해 허공에 매달려 좌우로 흔들리면서 그림자를 만들어내던 그것은 따스함이자 기쁨이고, 희망이자 낭만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겐 어린 시절 병아리 몇마리를 얻어 키우던 기억이 있다. 스티로폼 박스 윗면에 구멍을 내고 철사줄로 이은 다음 백열전등을 매달아 병아리방을 따뜻하게 데워줬던 생각이 새롭다.

그 빛이 몇년 안에 사라진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대부분이 앞으로 3, 4년 이내에 백열전구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기로 했다. 에너지 효율성이 적어 녹색성장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사실 백열전등의 빛 효율성은 형편 없다. 전력의 대부분이 열로 타버리기 때문이다. 수명도 매우 짧다. 평균수명이 고작 1000시간이어서 하루 10시간씩 켜면 약 100일이면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백열전구는 특장도 많다. 우선 색상을 잘 분별하게 해준다. 형광등 아래에서 옷을 샀다가 햇빛 아래에서 낭패를 본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백열전구 아래에서 고른 옷은 실패할 염려가 없다. 노란색의 빛은 실내를 아늑하고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은 형광등이나 발광다이오드(LED)조명으로는 맛볼 수 없는 미덕이다.

한국에서도 백열전구는 얼마 못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성이 화두인 시대에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공공부문의 백열전구를 모두 퇴출시키고, 2012년까지 공공기관 전체 조명의 30%를 LED조명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몇 해가 지나면 백열전구는 아마 서울의 인사동이나 황학동 만물시장에서나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은 임종을 앞둔 노란 빛깔의 백열전구가 마지막으로 온몸을 불사르면서 불황의 시대에 희망의 전달자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추억으로 남을 그 친구가 벌써 그리워진다. 굿바이 백열전구.

허민기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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