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7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종교
[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3월 09일(月)
“걸출하고 막힘 없던 춘성스님, 신라때 태어났다면 딱 원효”
기행·일화 등 담은 ‘…무애도인…’ 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제 스승이 독립운동을 하다 왜놈들한데 붙잡혀 지금 서대문 감옥의 추운 감방에서 떨고 계신데, 그 제자인 제가 어찌 따듯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만해 한용운의 상좌이자 근·현대 불교사에서 ‘자유인’으로 이름이 높았던 춘성(1891~1977) 스님. 그는 스승이 감옥에 가자 그 뒷바라지를 하며 땔감이 절에 가득한데도 한겨울에 불을 때지 않은 냉방에서 자며 수행을 했다.

전설처럼 그 행적이 전해지고 있는 ‘우리시대에 환생한 원효’ 무애도인(無碍道人) 춘성 스님의 일대기가 처음 정리돼 나왔다. 김광식 부천대 교수가 펴낸 ‘춘성-무애도인 삶의 이야기’(새싹)가 그것이다.

김 교수는 “불교와 승려 본연의 자세를 찾을 수 없는 엄혹한 이 시절에 춘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이 시대 지성의 문제와 불교의 문제를 비추어보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냈다”고 말했다.

춘성 스님은 입적 전에 “나에 대한 일체의 그림자도 찾지 말라”고 했다. 그로 인해 그에 대한 평전이나 삶의 기록물이 이제껏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가 워낙 크다보니 춘성 스님의 행적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설처럼 떠돌았다. 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기억조차 사라질 판이다. 김 교수는 “절박한 심정으로 춘성 스님의 자료를 모았다”며 “인터뷰에 응해준 춘성문도회 스님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춘성 스님은 갖가지 기행(奇行)과 걸쭉한 육두문자로 설법을 했던 ‘기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행에 있어 만공 스님의 제자로서 뛰어난 선승이었다.

김 교수는 “한용운의 상좌로, 백용성과 함께 ‘화엄경’사상을 웅변적으로 전하였던 화엄법사로, 덕숭산 끝자락에서 장좌불와하였던 고집스러운 수행자로, 시대의 선승 만공 회상에서 지독스럽게 참선 수행을 하였던 간화선 수행자로, 도봉산 망월사에서 수좌들을 매섭게 지도하였던 어른으로, 서울 시내의 저잣거리에서 부처님 말씀을 원색의 언어로 전하였던 스님으로, 수많은 보살들을 부처님 세상으로 이끌었던 큰스님”이라고 정리한다.

춘성이 강화도 보문사에 있을 때 당시 육영수 여사가 찾아와 인사를 하니 춘성을 “뽀뽀나 하자”고 달려들었다. 나중에 육 여사의 생일에 청와대로 초청을 받아 고관대작들 앞에서 법문을 하게 됐는데 춘성은 주장자로 법상을 한번 내리치며 일갈했다. “오늘은 육영수 보살이 지 에미 뱃속에 들었다가 ‘응아’하고 XX에서 나온 날이다.”

어느날 통금시간이 넘어 밤길을 가던 춘성에게 순경이 “누구요?”라고 물었다. 춘성은 “중대장이다”라고 즉각 답했다. 순경이 다가와 “아니? 스님 아니시오!”라고 알아보자 춘성은 “그래, 내가 중의 대장이지! 맞지?”했다.

책은 1부에서 ‘춘성 일대기’, 2부에서 그를 회고하는 사람들의 ‘내가 만난 춘성’, 3부에선 ‘일화로 만나는 춘성’을 기록하고 있다. 진관사 회주인 진관 스님은 “공부를 철저히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돈에 욕심이 없는, 아무것도 소유치 않는 것은 지금 스님들이 배워야 합니다. 이제는 춘성 스님과 같은 그런 스님이 나올 수가 없어”라고 춘성 스님을 회고한다.

춘성은 여든이 넘어서도 선방에서 제자들과 수행을 했다. 그는 이불을 덥지 않고 자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주석한 망월사에는 아예 이불이 없었다. 그는 이불을 ‘이불(離佛)’이라고 해서 부처와 이별하는 물건이라 불렀다. 잠을 잘 시간을 아껴 수행하라는 것이다.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은 “베개를 갖고 잠을 자면, 베개를 집어 던지고 난리가 납니다. 춘성 스님은 ‘이놈들아 목침 하나 갖고 자다가, 거기서 굴러 떨어지면 바로 일어나서 정진을 해야지, 잠을 자려고 작정하고 달려든 놈들아, 이 도둑놈아, 밥 도둑놈아!’라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목정배 동국대 명예교수는 “그 분은 신체도 걸출하고, 마음 씀씀이도 그렇고, 선의 공부 어디에 걸림이 없었어. 만약에 춘성 스님이 신라시대의 사람이라면 원효야”라고 춘성을 평가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文정부 적폐청산 경질 1호’ 박승춘 “이념 다르다고 정치보..
▶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 변희재 “내가 나가야 손석희 2차 피해 줄어” 석방 요구
▶ ‘13명 죽인 호랑이’ 사살 명령… 동물보호단체 반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재임 때도 30여회 조사·감사비위 단 1건이라도 있었다면6년 3개월간 재직 가능했겠나신명 다 바친 퇴직 공무원에게국가권력이 망신주기..
ㄴ 나라사랑교육 신설 ‘미운털’ 원인 된 듯
ㄴ 野 “보훈처 조사委 법적인 근거 없다”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아주대 의료진 “이재명 신체에 점이나 제거 흔적없..
문대통령 “보호주의 악순환 안돼” EU 철강 세이프..
line
special news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배우 양정아(47)가 지난해 이혼했다.소속사 씨엘엔컴퍼니 측은 “양정아가 지난해 12월 이혼한 게 맞다”고..

line
‘13명 죽인 호랑이’ 사살 명령… 동물보호단체 반발
학대 의심만으로 마녀사냥…예비 신부 보육교사의..
[단독]외교부 문건서 ‘폼페이오 불만 표출’ 확인
photo_news
135일만의 판빙빙… 수척, 무표정, 관용차 이동
photo_news
‘디바’ 휘트니 목숨 지켜줄 보디가드 있었다면..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살인·근친 테마 뒤엉킨 인물관계 속 ‘히스테리컬한 욕망’
[인터넷 유머]
mark명언 mark드골 대통령의 유머
topnew_title
number ‘뒷심 부족’ 벤투호, 두골 먼저 넣고도 아쉬운..
동덕여대 알몸男 “여대라서 갑자기 성적 욕..
샌즈 투런포+임병욱 쐐기 3루타…‘넥센, 대전..
4년간 661마리 폐사… 서울대공원 ‘동물 잔혹..
매트리스 속에 숨어 4년간 형 집행 피해…미..
hot_photo
한복 입고 국감장 나온 김수민 의..
hot_photo
BTS 베를린장벽 앞에 서다…팬들..
hot_photo
3억짜리 시계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