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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3월 09일(月)
“걸출하고 막힘 없던 춘성스님, 신라때 태어났다면 딱 원효”
기행·일화 등 담은 ‘…무애도인…’ 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제 스승이 독립운동을 하다 왜놈들한데 붙잡혀 지금 서대문 감옥의 추운 감방에서 떨고 계신데, 그 제자인 제가 어찌 따듯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만해 한용운의 상좌이자 근·현대 불교사에서 ‘자유인’으로 이름이 높았던 춘성(1891~1977) 스님. 그는 스승이 감옥에 가자 그 뒷바라지를 하며 땔감이 절에 가득한데도 한겨울에 불을 때지 않은 냉방에서 자며 수행을 했다.

전설처럼 그 행적이 전해지고 있는 ‘우리시대에 환생한 원효’ 무애도인(無碍道人) 춘성 스님의 일대기가 처음 정리돼 나왔다. 김광식 부천대 교수가 펴낸 ‘춘성-무애도인 삶의 이야기’(새싹)가 그것이다.

김 교수는 “불교와 승려 본연의 자세를 찾을 수 없는 엄혹한 이 시절에 춘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이 시대 지성의 문제와 불교의 문제를 비추어보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냈다”고 말했다.

춘성 스님은 입적 전에 “나에 대한 일체의 그림자도 찾지 말라”고 했다. 그로 인해 그에 대한 평전이나 삶의 기록물이 이제껏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가 워낙 크다보니 춘성 스님의 행적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설처럼 떠돌았다. 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기억조차 사라질 판이다. 김 교수는 “절박한 심정으로 춘성 스님의 자료를 모았다”며 “인터뷰에 응해준 춘성문도회 스님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춘성 스님은 갖가지 기행(奇行)과 걸쭉한 육두문자로 설법을 했던 ‘기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행에 있어 만공 스님의 제자로서 뛰어난 선승이었다.

김 교수는 “한용운의 상좌로, 백용성과 함께 ‘화엄경’사상을 웅변적으로 전하였던 화엄법사로, 덕숭산 끝자락에서 장좌불와하였던 고집스러운 수행자로, 시대의 선승 만공 회상에서 지독스럽게 참선 수행을 하였던 간화선 수행자로, 도봉산 망월사에서 수좌들을 매섭게 지도하였던 어른으로, 서울 시내의 저잣거리에서 부처님 말씀을 원색의 언어로 전하였던 스님으로, 수많은 보살들을 부처님 세상으로 이끌었던 큰스님”이라고 정리한다.

춘성이 강화도 보문사에 있을 때 당시 육영수 여사가 찾아와 인사를 하니 춘성을 “뽀뽀나 하자”고 달려들었다. 나중에 육 여사의 생일에 청와대로 초청을 받아 고관대작들 앞에서 법문을 하게 됐는데 춘성은 주장자로 법상을 한번 내리치며 일갈했다. “오늘은 육영수 보살이 지 에미 뱃속에 들었다가 ‘응아’하고 XX에서 나온 날이다.”

어느날 통금시간이 넘어 밤길을 가던 춘성에게 순경이 “누구요?”라고 물었다. 춘성은 “중대장이다”라고 즉각 답했다. 순경이 다가와 “아니? 스님 아니시오!”라고 알아보자 춘성은 “그래, 내가 중의 대장이지! 맞지?”했다.

책은 1부에서 ‘춘성 일대기’, 2부에서 그를 회고하는 사람들의 ‘내가 만난 춘성’, 3부에선 ‘일화로 만나는 춘성’을 기록하고 있다. 진관사 회주인 진관 스님은 “공부를 철저히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돈에 욕심이 없는, 아무것도 소유치 않는 것은 지금 스님들이 배워야 합니다. 이제는 춘성 스님과 같은 그런 스님이 나올 수가 없어”라고 춘성 스님을 회고한다.

춘성은 여든이 넘어서도 선방에서 제자들과 수행을 했다. 그는 이불을 덥지 않고 자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주석한 망월사에는 아예 이불이 없었다. 그는 이불을 ‘이불(離佛)’이라고 해서 부처와 이별하는 물건이라 불렀다. 잠을 잘 시간을 아껴 수행하라는 것이다.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은 “베개를 갖고 잠을 자면, 베개를 집어 던지고 난리가 납니다. 춘성 스님은 ‘이놈들아 목침 하나 갖고 자다가, 거기서 굴러 떨어지면 바로 일어나서 정진을 해야지, 잠을 자려고 작정하고 달려든 놈들아, 이 도둑놈아, 밥 도둑놈아!’라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목정배 동국대 명예교수는 “그 분은 신체도 걸출하고, 마음 씀씀이도 그렇고, 선의 공부 어디에 걸림이 없었어. 만약에 춘성 스님이 신라시대의 사람이라면 원효야”라고 춘성을 평가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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