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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3월 10일(火)
박정희 自國중심주의, 美세계전략과 충돌 - 김대중, 북핵문제 놓고 시각차 ‘이념 갈등’
‘역사비평’ 두 편의 논문 통해 본 ‘갈등의 韓·美관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해방 이후 한·미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미 양국의 외교사는 때로는 우호친선의 물결로, 때로는 첨예한 긴장의 고조로 요동친 굴곡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한·미관계의 파고를 좌우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한국과 미국의 역대 정부들이 맞닥뜨려야했던 시대적 과제와 배경이 제각각이었던 만큼 일률적으로 특정요인을 거론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양국 최고지도자의 이념적 성향이나 기질, 또는 자국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 최근 출간된 계간지 ‘역사비평’ 봄호는 대비되는 글 두 편을 싣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한·미관계를 다룬 글 ‘데탕트기의 한·미갈등’(마상윤 가톨릭대 교수·박원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과 김대중 정부의 양국관계를 돌아본 ‘김대중-부시 정부 시기 한·미관계’(박건영 가톨릭대 교수·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주목되는 수록문이다.

‘데탕트기의 한·미갈등’에서 필자들은 박정희 정부가 닉슨·카터 미 행정부와 긴장관계로 점철했던 이유를 ‘자국중심의 전략’에서 찾고 있다.

이에 비해 ‘김대중-부시 정부시기 한·미관계’의 필자들은 클린턴과는 협력관계, 부시와는 정면충돌로 치달았던 김대중 정부는 “최고지도자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임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대비되는 두 편의 수록문을 통해 한·미관계를 결정짓는 잣대에 대해 파악해보자.

◆‘세계를 인식하는 눈높이의 차이가 한·미갈등의 주된 원인’= 수록문 ‘데탕트기의 한·미갈등’에서 마 교수와 박 연구위원은 박정희가 현실주의자인 닉슨과도 이상주의자인 카터와도 갈등을 빚은 점에 주목한다.

필자들은 “1970년대 들어 세계는 냉전의 긴장이 완화되는 데탕트의 시기를 맞았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세계적 차원의 긴장완화는 한·미관계의 긴장고조와 더불어 진행됐다”고 밝혔다.

1968년 초부터 박정희는 이미 자주국방을 강조했는데, 그 배경에는 주한미군이 한국을 떠날 것이므로 한국의 안보를 미국의 군사지원에 계속 의존하기는 어렵겠다는 각성이 있었다.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협상요청을 완강히 거부한 박정희 정부는 1975년까지는 주한미군 전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닉슨 행정부는 한국군 현대화 지원을 조건으로 1971년 6월까지 주한미군 지상군 1개 사단 병력 약 2만명을 철수시켰다.

또한 인권정책을 도덕외교의 핵심으로 내세운 카터 행정부는 이를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키면서 박정희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한·미관계가 협력적이냐 갈등적이냐의 문제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성향이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서로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그보다는 세계전략을 중시하는 미국 정부와 자국의 특수사정을 부각하려는 한국 정부 사이의 갈등, 즉 중심에서의 긴장완화와 주변에서의 긴장지속이라는 불일치 등 한·미 양국의 눈높이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필자들은 진단했다.

◆‘최고지도자의 이념적 차이가 갈등의 원인’= 수록문 ‘김대중-부시 정부 시기 한·미관계’에서 박 교수와 정 대표는 “김대중의 대북관과 전략은 한국의 대미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며 “김대중 정부 아래서 한·미관계의 핵심은 북핵 문제였고 대통령의 철학이 정책을 추동하는 기본동력이었다”고 전제했다.

필자들은 이어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기를 지나면서 미국의 자유주의 클린턴 정부와 대북 관여정책의 큰 기조에서 협력적 관계를 형성했다”며 “그러나 기독교 우파와 네오콘의 이념을 신봉하고 ‘제국(帝國) 미국’을 주창하는 부시 정부의 등장은 김대중 정부에 감당하기 힘든 역경으로 다가왔다”고 분석했다.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평화과정은 긴 암흑기에 접어들게 되며, 그 입구에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가 자리잡고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부시 정부와 공화당이 NMD에 얼마나 큰 열망을 갖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필자들은 진단했다.

필자들은 “김대중의 자유주의적 외교안보철학과 부시의 기독교 우파적 또는 네오콘적 신념은 정면으로 충돌했고 양국관계에 좌절과 불신을 가져다 주었다”며 “김대중과 부시는 신념과 이익의 두 차원에서 모두 대척점에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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