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택시장 정상화’ 조치와 보완책

노무현 전 정부 시기 다주택자는 나쁜 사람으로 치부됐다. 그들 때문에 내가 주택을 가질 수 없고, 그들은 투기를 일삼고, 그들의 투기적인 행태로 인해 주택 가격이 앙등한다. 어떤 사람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만 무려 24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벌어들일 양도차익은 모두 세금으로 환수해야 하고, 그래야 투기가 사라져 서민인 내가 집을 살 수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노 정부 시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다시 강화됐다.

노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몇 가지 차분히 따져 볼 것이 있다. 주택은 거주의 대상인 동시에 기본적으로 투자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주택을 거주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라고 국민에게 종용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주택이다. 가격이 안 오른다면 임대해서 사는 것이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 역설적으로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팔게 해서 가격이 안정된다면 굳이 주택을 소유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주택보유율 100%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약 60%인 우리나라의 주택보유율도 선진국과 비교해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주택은 누군가 소유해 임대를 놓아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기업화한 임대주택 사업자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민간 주택임대시장은 좋든 싫든 다주택을 소유한 개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소득을 대가로 투자하는 주체다. 국내에는 전세가 임대계약의 주류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란 소유주가 월세를 포기하는 대신 주택 구입 비용을 줄이고 그 주택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자본차익으로 그동안의 임대소득을 대신 얻는 구조를 지닌다. 결국 다주택자가 누리는 자본차익의 많은 부분은 임대소득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이러한 다주택자는 자본차익이라는 변형된 임대소득을 목표로 주택에 투자하게 된다. 따라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투기를 억제하기보다는 주택 투자를 감소시켜 결국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축소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임대료 및 가격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1주택자들에게도 주택에 대한 과소비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즉,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하려는 가구에 대해 가능한 한 넓은 주택 한 채를 구입하도록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 주택의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상승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소형 주택의 공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듯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주택 공급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주택 소비 패턴을 왜곡시켜 마침내는 전반적인 주택 가격을 앙등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 전 정부의 주택정책 환상이 빚어낸 부작용이다.

지금은 국내 주택시장의 장기적인 불황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기에 대비한 불충분한 주택 공급으로 주택 가격 재앙 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주택시장 정상화’ 조치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주택 공급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주체는 어쨌든 다주택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조치는 장기적인 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차후 가격 상승기에 또 다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임대사업자와 투자자로서의 순화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법의 현실화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창무 / 한양대 교수·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