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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09년 03월 24일(火)
“내 죽음을 103세 노모에게 알리지 마세요”
中 전인대 부위원장 셰페이, 99년 죽기전 간곡 유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23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리춘 할머니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광저우르바오 사진
노모가 상심할까봐 자신의 죽음을 비밀에 부쳐달라고 부탁한 막내아들, 그리고 10년이나 아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다 그리움 속에서 죽어간 113세의 노모. 이 두 사람의 사연이 중국인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들은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지난 17일 숨진 리춘(李春) 할머니와 10년 전 사망한 그의 아들 셰페이(謝非). 지역에서 발행되는 광저우르바오(廣州日報)는 23일 “리 할머니 가족의 삶은 장수의 비결뿐 아니라 아름다운 거짓말을 남겼다는 점에서 많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896년 3월 17일생인 리 할머니의 가족들은 지난 1999년 막내아들 셰가 숨지자 이 사실을 10년이나 비밀에 부쳤다. 아들의 죽음에 마음 아파할 어머니를 생각해 셰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에 따른 것이다. 광둥성 당서기라는 고위직에 있었던 셰는 숨지기 한 해 전인 1998년 3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수도인 베이징(北京)으로 옮겨 근무하다 1년만에 백혈병이 악화해 67세를 일기로 숨졌다.

셰는 숨지기 직전 103세의 고령인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봐 자신이 죽더라도 어머니한테는 알리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이후 가족들은 “왜 셰가 집에 오지 않느냐”는 리 할머니의 물음에 “바빠서” 혹은 “몸이 좀 안좋아서” 등으로 거짓말을 했다. 2001년에 막내며느리마저 숨지자 리 할머니는 “막내는 물론 며느리도 안온다”고 섭섭해했지만 가족들은 셰의 죽음을 알릴 수 없었다.

가족들은 막내가 살아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 명절만 되면 리 할머니에게 선물을 보내 셰가 보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리 할머니는 임종 직전에는 “뭐가 그리 바빠서 10년이나 오지 못할 정도냐”며 섭섭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중국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리 할머니는 90세까지 밥과 설거지 등 가사를 도맡아 했고 채소를 사기 위해 야채시장에서 줄을 서는 것도 즐겼다. 그는 매일 가족들에게 신문을 읽어 달라고 부탁했으며 노년에는 10시간씩 잠을 자고 매일 차와 토속주 한컵씩을 마시면서 무병장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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