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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4월 03일(金)
능선따라 쉬엄쉬엄, 봄은 老松가지 위에서 졸고…
수원 광교산-백운산-바라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광교산 능선길은 자체 종주거리만 10㎞가 넘을 만큼 길면서 평이하다. 곳곳에서 노송숲과 탁 트인 전망을 만날 수 있어 걷기에 좋다.
▲  광교산 정상 전에 만나는 형제봉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한다. 우회로도 있다.
경기 수원의 진산(鎭山) 광교산(光敎山·582m)은 수원시민에게 서울시민의 북한산이나 관악산 같은 곳이다. 광교산을 야트막한 뒷동산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광교산 자체 종주거리만 10㎞가 훌쩍 넘고, 노송숲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평이하지만 매혹적이다.

식생도 풍부해 여름에는 희귀식물도 적지 않다. 몇 년 전 행해진 광교산의 자생식물 조사결과를 보면 개머루, 둥굴레, 참꽃마리, 은대난초, 은방울꽃, 졸방제비꽃, 곰의말채, 큰애기나리 등 자생식물들이 다양하게 발견됐다. 올 1월말에 끝났지만 수원시가 여러 코스에 자연휴식년제를 지정해 광교산 식생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주 초 한강 이남으로 뻗은 한남정맥 최고봉인 광교산과 잇대어 있는 백운산(白雲山·564m), 바라산(428m)을 연계산행했다. 산행거리는 15~16㎞ 정도 잡아야 한다. 이 코스는 수원시와 용인시, 의왕시에 걸쳐 있어 긴 편에 속하지만 산세가 순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 능선 전체로 나른하게 번지는 봄기운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6~7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3개 산을 종주하자면 들입목은 경기대 입구 옆 광교저수지가 바라보이는 반딧불이화장실이 좋다. 화장실에서 출발한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광교산 화장실들은 다슬기화장실, 항아리화장실 등 예쁜 이름들이 붙어 있고 전국에서 가장 깨끗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동안 수원시가 화장실문화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수원시 자료에 따르면, 광교산은 옛적엔 광악산(光岳山), 광옥산(光獄山) 등으로 불렸다. 고려야사(高麗野史)에 의하면,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옥산이었는데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928년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광옥산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었는데,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았다. 이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산 이름을 친히 ‘광교(光敎)’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1987년 경기도에서 발간한 지명유래집에는 “아주 먼 옛날 수도를 많이 한 도사가 이 산에 머무르면서 제자들을 올바르게 가르쳐 후세에 빛이 되었다고 해서 광교산이라 하였다”고 나와 있다.

예로부터 ‘광교적설(光敎積雪)’을 ‘수원8경’ 중 으뜸으로 꼽았다. 광교산에 노송이 많아 거기에 수북이 쌓인 눈이 보기 좋았을 것이다.

들입목에서 본격적인 능선에 붙게 되는 백년수 정상까지 넉넉히 1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가파르지 않아 쉬엄쉬엄 오르기에 좋다. 전망이 탁 트인 편은 아니지만 종종 왼쪽으로 광교저수지가 바라보인다. 광교산에서 보면 왜 ‘水原(수원)’인지 이해가 간다. 산 주변에 저수지가 많다.

백년수 정상에서 첫 봉우리인 형제봉까지는 500m가 채 되지 않지만 봉우리 가까이 가면 제법 가파른 길이 나오고 암반길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형제봉은 바위 봉우리로 정상에 소나무들이 여러 그루 서있다.

형제봉에서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까지는 양지재와 종루봉, 토끼재 등 3개의 봉우리를 지나야 하는데 2.2㎞거리로 50분 정도 걸린다. 맑은 날에는 광교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여주와 이천, 서쪽으로 서해 5도, 남쪽으로는 평택과 안성, 북쪽으로는 북한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다시 30분 정도 더 가면 중간에 노루목을 지나 억새밭이 나오고 여기서 왼편으로 하산하면 상광교동 버스 종점이다. 보통 광교산만 등반할 때는 이 코스가 애용된다. 노루목에서도 바로 상광교동으로 내려올 수 있다. 백운산은 억새밭에서 다시 30분 정도 가야 나온다.

백운산은 의왕시와 성남시, 용인시의 경계에 걸쳐 있으며 바라산, 모락산과 더불어 백운저수지를 감싸고 있다. 의왕시민들은 백운저수지를 기점으로 바라산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많이 한다. 백운산에서 오른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바라산에 닿는다. 바라산은 청계산에서 광교산 종주산행이 산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 강북의 ‘불·수·사·도·북(불암산 - 수락산 - 사패산 - 도봉산 - 북한산)’종주에 맞서 강남쪽에서는 광교산 - 청계산 - 우면산 - 관악산 - 삼성산을 잇는 ‘광·청·우·관·삼’이 등장했는데, 광교산과 청계산 사이에 백운산과 바라산이 있는 것이다. 사실은 ‘광·백·바·청·우·관·삼’이 돼야 한다.

바라산 자체는 낮고 그다지 볼품은 없지만 백운산에서 바라산의 능선길은 더할 수 없이 좋다. 지난 가을 쌓인 푹신한 낙엽 길을 걸으며 살포시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원래 이날 산행은 청계산까지 종주계획을 잡고 출발했다. 그런데 바라산에서 청계산으로 넘어가는 길에 별다른 푯말이 없어 바라산으로 내려오면서 만난 등산객의 ‘백운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면 안 된다’는 말만 듣고 가다 용인시 고기동 고기리쪽으로 하산해 버렸다. 나중에 카메라에 담아놓은 안내푯말 사진을 분석해 보니 바라산 60m 아래에서 만나는 No.26 푯말의 ‘고기리 방면’쪽이 아니라 ‘북골입구 백운호수 2310m 하오고개’방면이라고 적힌 왼편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청계산에서 광교산으로 넘어오는 데 실패했으니 두 번째 종주 실패인 셈이다. 그래도 광교산과 백운산, 바라산의 종주 능선길은 꼭 다시 찾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글·사진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등산코스

▲ 경기대 - 반딧불이화장실 - 백년수 정상 - 형제봉 - 양지재 - 종루봉 - 시루봉 -노루목 - 억새밭 - 백운산 - 고분재 - 바라산

대중교통

▲ 수원역 도로 건너 맞은편에서 상광교동 가는 13번 버스가 7분 간격으로 있다. 산행 들머리에 맞춰 반딧불이화장실, 문암골, 종점에서 하차하면 된다.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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