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직접 달러로 달라고 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2007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달러로 100만달러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급하게 환전해 전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주장은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해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와 아들 건호(36)씨를 13일 재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주중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2007년 6월 박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측에 전달된 1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환전됐다는 박 회장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직원 130명의 명의를 빌려, 10억원을 100달러짜리 달러화로 바꾼 뒤 돈가방에 담아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 대해 태광실업 및 정산개발 직원들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12일 홈페이지에 다시 글을 올려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해명과 방어가 필요하다. 아내가 한 일에 대해 정말 몰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지난 10일 체포해 조사한 뒤 석방한 연씨와 12일 한차례 소환한 건호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연씨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무렵 태광실업의 홍콩법인인 APC로부터 500만달러를 송금받아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창업투자회사 등에 건호씨 지분 일부가 포함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3일 출석한 연씨와 건호씨를 상대로 500만달러를 박 회장에게서 받게 된 경위와 투자처, 건호씨 지분과 수익 배분 현황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검찰은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100만달러를 2007년 6월 무렵 이뤄진 노 전 대통령의 과테말라 순방길에서 건호씨가 전달받았는지 등도 확인 중이다.

한편 권 여사는 지난 11일 부산지검 특별조사실에서 11시간 동안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비서관이 받은 3억원과 100만달러를 모두 내가 전달받아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면서도 어떤 빚인지, 왜 달러화로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석범·권로미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