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 불만’ 아이들, ‘정서 불안’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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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본인의 키나 몸무게 등 체형에 대한 관심과 불만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초등학교 4학년이면 자신의 몸매에 대한 이상형이 생기고 불만도 갖게 된다. 가장 큰 불만은 ‘키가 작다’와 ‘뚱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 키와 몸무게를 백분위수(100명 중 몇 번째인가에 따른 비만, 과체중, 정상, 저체중)로 환산한 신체계측치에 비춰볼 때 정상 범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체형인 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비만하거나 키가 작다고 느낄 경우 외모콤플렉스와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 신체 발달상의 문제와 상관 없이 사회적 열등감이 생겨 자존감, 독립심이 감소하거나 긴장과 불안 등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질 무렵부터 신체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초등학교 4~6학년, 신체 불만족도 높아

대한소아과학회지에 게재된 동서신의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심계식 교수팀의 초등학생 신체 인식도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느끼는 불만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 교수팀이 서울지역 5개 초등학교에서 4~6학년 학생 465명(남 231명, 여 234명)을 대상으로 신장과 체중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 자신의 체중과 키가 속해있는 범위와 다르게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조사에서 자신이 ‘뚱뚱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아동들의 실제 체중분포를 보면 95백분위수 이상의 비만은 16.2%에 불과하고, 84~94백분위수(과체중) 29.4%, 84백분위수 미만의 정상이 54.4%로 절반 이상이 정상 범위에 들었다. 체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사춘기가 진행될수록 높아졌다.

자신이 ‘뚱뚱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의 분포는 10세에선 21.9%이던 것이 11세에는 28.2%, 12세에는 39.1%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체중에 대한 불만도 10세에는 23.2%에 그쳤으나 11세 35%, 12세에는 41.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비만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비만하다’고 느끼는 어린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키에 대한 인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65명 중 실제 키의 분포를 보면 저신장 7.7%(36명), 경계군 9.5%(44명), 정상키는 82.8%(385명)로 대부분 정상범위에 속했다. 그런데도 전반적으로 신장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았다. 정상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작은 편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48.1%로 10명 중 4~5명은 자신이 작다고 생각했다. 키에 대한 불만도 체중과 마찬가지로 10세 16.1%, 11세 36.2%, 12세 38.3%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불만족 비율이 높아졌다.

▲ 체형 불만 높은 아이 자존감도 낮아

키와 체중이 정상범위 안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뚱뚱하고 키가 작다고 인식하는 경우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자아존중감이나 사회성, 행동특성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 4~6학년은 자존감 형성 등 정서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시기인데 자칫 신체에 대한 불만이 열등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 키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자아존중감 점수가 차이를 보였다. 키가 작다고 인식하는 경우의 자아존중감 점수는 3.46점으로, 키가 큰 편이라고 인식하는 경우의 3.70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 키가 크다고 인식할수록 자아존중감 하위영역 중 학업, 친구, 신체 외모, 신체 능력과 관련된 자아존중감의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체중에 대한 인식도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사회성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행동 점수를 보면 마른 편 22.45, 보통 18.85, 뚱뚱한 편 27.01로 뚱뚱한 경우가 가장 높았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위축, 우울, 불안 등의 내재화 점수가 높았다. 자아존중감 점수도 뚱뚱한 편이 3.34로 마른 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3.61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정상범위에 속하는 키와 몸무게를 갖고도 작고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큰 키와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계식 교수는 “많은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신체 발달에도 불구하고 날씬하고 키가 큰 연예인 등에 기준을 두고 자신의 몸을 비하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들은 자아존중감이 낮아 우울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높아지는 등 정신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체 발달과 관련해 자아존중감을 높이려면 신체발육 표준치를 참고해 자신의 키와 체중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정과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신체 발달 사항을 정확히 체크하고 신체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심계식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