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쌓이는 李대통령, 당 분란에 빛바랜 자원외교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우즈베키스탄에서 16개나 되는 협정을 맺는 등 본격적인 자원외교를 펼쳐 국민들에게 줄 ‘선물 보따리’를 많이 챙겼지만 국내에서 들려오는 ‘집안 분란’소식,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 강화소식 등이 다음 행선지인 카자흐스탄으로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이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서 5개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신규 탐사권을 따내고, 한국이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인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신(新) 실크로드’를 제안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내 사정 때문에 빛이 바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당내 분란’이다. 한나라당의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박희태 대표가 지난 6일 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정국 수습책으로 내놓았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면서 당내분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의 갈등 해소를 위해 제시된 해법이 오히려 불화를 표면화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당 쇄신을 위해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를 놓고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 등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단독회동 등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차기정권 보장’이라는 카드를 박 전 대표측에 던지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가 “지금으로선 ‘조기 전당대회’가 아니라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해결이 될 문제인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을 털어 놓을 정도로 정국 운영의 묘수가 잘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한반도 상황도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

4월5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최악의 국면을 맞았던 남북관계 경색이 4월21일 당국간 접촉을 계기로 활로를 찾는 듯했지만 북한의 대남정책 공식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지난 9일 “북남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타슈켄트 소재 세계경제외교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생 1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나는 눈이 조그맣다”면서 “그러나 눈이 작으면 멀리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해 긴호흡을 가지고 국정을 펴나갈 뜻을 밝혔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