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감동을 읽어주는 남자>[AM7] 세상의 ‘비뚤어진’총구를 향해 심장을 내놓다

사진가를 꿈꾸는 젊은이가 있었다. 하지만 교육자였던 아버지는 아들의 길을 심하게 반대했다. 아들은 제 발로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6개월쯤 조용히 지내다 다른 환자들의 동의를 얻어 하루에 한 사람씩 그들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6개월 동안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는데 사진전에 들른 아버지는 통곡을 하면서 아들을 껴안았다. 지금은 사진 한 장에 10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세계적인 사진가 김아타의 이야기다.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지음/은행나무)도 폐쇄된 정신병동의 이야기다. 어느 날 그곳에 나이가 25세라는 공통점밖에 없는 두 청년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강제 수용된다. 화자 이수명은 목에 가위를 꽂고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에 끝없이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한다. 이미 미쳐 있는 그는 갈 곳 없는 자의 절망감에 휩싸여 자꾸 안으로만 틀어박히고자 하는 인물이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로 잘 나가던 중 시력을 잃어버리면서 그토록 사랑하던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데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복형제들의 유산 싸움에 휘말려 반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류승민은 도망쳐서 도달해야 할 궁극의 절실한 세상이 있었다. 갇혀서 미쳐가는 그는 자신의 세상을 향해 끝없이 밖으로 날아가고자 한다.

수리 희망병원에 함께 갇힌 지 정확히 100일 만에 그들은 탈출을 감행한다. 그것은 자신들을 조준하고 있는 세상의 총구들을 향해 심장을 내놓고 쏘아보라고 외치는 행위였다. 무모해 보이는 탈출을 통해 그들은 비로소 통쾌함과 해방감과 깨달음으로 전율한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던지는 화두다. 1등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사회에서 대부분의 젊은이는 뒤에서 달려오는 기차와 자신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도 기차를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며 무작정 달린다. 정신병원이 강요하는 규칙에 순응하는 그런 달리기가 자신들의 운명을 제 시간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 둘이 그토록 탈주하고자 했던 갈망의 궁극에는 삶의 복원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 과연 그런 희망이 있을까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뜻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나도 이 만만하지 않은 소설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기차가 달려올 때는 빨리 선로 옆으로 내려서면 그만이다. 두 사람처럼 말이다.

khhan21@m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