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절망의 땅에서 ‘희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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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저녁 우연한 만남이 이끄는 대로 갔다. 길이 우리의 걸음을 인도했고, 우리의 운명을 이끌었다. 저녁에 어디에 이르게 될지 아침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의 장딴지와 힘줄은 마침내 길이 들었다.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이 집 문을 두드릴까, 저 집 문을 두드릴까? 이에 따라 우리 여행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인생과 과감하게 맞서는 일과도 같았다. 우연한 만남을 수집하고, 천사들과 노니는 것이다.”

운명을 따라 나타난 문을 두드리며, 우연한 만남을 수집하고 천사들과 노니는 것이란 무엇일까. 아프리카 트렉, 두 발로 아프리카를 종단한 도보 여행이다. 아프리카 종단이라니. 여행 전문 작가로 자전거를 타고 35개국을 여행했던 알렉상드르와 소르본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유네스코에서 일하기도 했던 소냐 부부는 사람들이 감히 꿈꾸지 못하는, 꿈꾼다 해도 매일의 일상에 쫓겨 마음 속 어딘가에 구겨져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이 여행을 떠났다.

2001년 1월1일 남극에서 곧바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아프리카 최남단을 출발해 3년간 3개월동안 남아프리카 공화국, 레소토,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을 거쳐 이스라엘의 티베리아 호수에 이르는 1만4000km를 걸었다. 7㎏의 배낭을 메고 뜨거운 태양 아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길을 끈질기게 걸었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은 이 긴 여정의 절반인 희망봉에서 킬리만자로 정상에 이르는 7000km, 그 안에서 만난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들이 떠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아프리카 대륙을 직접 걸으며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보고 싶었고, 동아프리카대 지구대를 따라 최초 인류의 여정을 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았고, 오로지 우연한 만남을 따라 걸어갔다.

믿을 건 저녁마다 신세를 지게 될 아프리카 사람들의 환대뿐이었고, 나머지는 땀과 미지의 시간들, 걸어야 할 길과 글을 쓰는 일뿐이었다. 때론 친절한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머물자며 차를 태워줄 때면, 이들은 그 다음날 차를 탔던 그곳에서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지독한 도보 여행이었다.

완전히 물리치지 못한 두려움으로 밤을 맞지만, 아프리카의 자연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무장해제한 이들은 관대한 환대와 순진한 미소를 받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낯선 여행가들에게 문을 열어주었고, 자신들의 식탁에 초대했고, 침대를 내주었다. 이 고마운 하루들을 따라가다보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라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진다. 이 순진한 기적 속에 아프리카의 가난, 인종차별, 에이즈, 독재정권과 아프리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담겨 풀려나온다.

순정한 아프리카의 맨 얼굴을 본 이들의 삶은 그래서, 달라졌을까. 책을 덮으며 그것이 궁금했다. 한글판 서문에 쓰여진 짧은 구절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걸으며 배운 정신만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하루 간소하게 살아간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도 하고 있다. 아프리카 구호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받은 모든 것을 아프리카에 돌려주는 방법이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