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아졌다는 건 ‘그들’만의 얘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W쇼핑센터의 한 점포가 경기 불황 여파로 폐업한 뒤 6개월이 넘도록 입점 상인이 없어 비어 있다. 김호웅기자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아파트 상가쇼핑센터. 20여개 가게 중 5곳은 이미 폐업으로 문을 닫아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20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한모(여·58)씨는 “어제 가게 주인이 ‘경기가 살아난다는데 왜 안 된다고 하느냐. 밀린 가게세를 내라’고 독촉하더라”며 “하도 답답해서 한 번 와서 직접 보라고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올 초와 비교해도 매상이 50%나 줄었는데 도대체 누가 경기가 좋아졌다고 그러느냐”며 되물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충신시장. 가게 50여곳이 문을 열고 있었지만 30여분 동안 지나가는 손님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상인들은 장사를 포기한 듯 삼삼오오 모여앉아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트를 운영하는 신모(36)씨는 “연초보다 수입이 20~30%는 줄어 벌써 5곳이 문을 닫았고,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닌가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라며 “정치가 엉망이라서 그런지 경제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지표가 일부 호조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기가 바닥을 탈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현장에서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재래시장과 아파트 및 지하도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결같이 “경기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균 월매출은 올해 초보다 30~50% 떨어졌고, 견디다 못해 결국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기회복 낙관론은 이들에게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4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여·45)씨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윗분들하고 잘 사는 사람들이나 하는 이야기”라며 “우리는 서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인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생선가게 주인도 “거기 10분 서 있어봐라,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10년 넘게 장사했는데 이렇게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경기가 좋아지기는… 괜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의 각종 발표통계 역시 긍정적 신호와 함께 악화 징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30만1000명이나 급감했다.

특히 3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22만2000명, 4월 26만9000명 등 감소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5월 취업자수도 2372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1만9000명이나 줄었다.

대형마트인 A마트의 관계자는 “매출이 조금 늘긴 했지만 아직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할 만큼 의미있는 증가치는 아니다”며 “소비심리가 여전히 위축돼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정·임정환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