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불량 日製 태반주사 대량 유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서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16일 오전 시중에 불법 유통되는 일제 태반주사제 압수물품 앞에서 주사를 맞는 시범을 해보이고 있다. 서울강서경찰서 제공

무려 1만3000명분의 인(人)태반주사제가 비위생적인 상태로 밀수입돼 방치되다가 국내 병·의원과 한의원, 일반 가정 등에 대량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반주사제는 무균질상태로 냉장보관되고 의사의 진료를 거친 뒤 처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상당한 양의 태반주사제가 일본 내 벼룩시장 노점상에서 구입돼 습기 찬 창고 바닥에 보관되다 시중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 외사계는 16일 시가 7억원 상당(1만3000명분)의 태반주사제 ‘멜스몬’을 일본에서 밀수입해 비위생적으로 보관하다 병원, 한의원, 가정 등에 유통시킨 혐의(관세법 및 의료법 위반)로 신모(56)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일당 중에는 서울 강서지역 대형 산부인과 원장과 간호과장, 제약회사 간부 및 영업사원 등이 대거 포함됐다. 경찰이 문제의 태반주사제를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의사 20여명과 간호사 3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입건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공급총책인 신씨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내수용 태반주사제를 벼룩시장에서 사들여 밀수입한 뒤 국내총책 김모(46·A수입약품업체 차장)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영업망을 이용해 의약품 영업사원, 의약품 도매상, 병원 간호사 등에게 주사제를 판매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일당이 유통시킨 태반주사제는 정상 제품과 섞여 서울시내 수십개 산부인과와 피부과 병원, 한의원 등으로 흘러들어가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중가격보다 10~50%까지 싸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일반 가정주부나 직장 여성 등도 골프장 등에서 판매책을 직접 접촉해 이를 구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태반주사제가 여성 피부미용과 갱년기 증상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분별하게 주사제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사제가 앰플에 담겨 있다 해도 보관을 잘못할 경우 곰팡이균 등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며 “태반주사제가 최근 인기를 끄는 전문의약품인 만큼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유통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