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은’ 뺑소니 만취경관

현직 경찰관이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자전거 동호회원 2명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경찰관은 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가 다른 동호회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천경찰서 소속 이모(39) 경사는 18일 오후 9시20분쯤 경북 김천시 봉산면 덕천리 4번 국도에서 김천시내 방면으로 자신의 쏘렌토 승용차를 몰고 가다 도로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김천시 모 자전거 동호회 소속 회원 최모(46)씨 등 2명을 들이받았다. 최씨 등 2명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숨진 최씨 등과 함께 주행하던 동호회원 성(38)모씨는 “직지사를 갔다가 김천시내로 되돌아오던 중 갑자기 뒤쪽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 2대가 튕겨 나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 도로변에서는 숨진 최씨 등 5명의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일렬로 붙어 달리고 있었으며 뒤따라가던 최씨 등 2명이 사고를 당하고 앞서가던 나머지 3명은 다행히 사고를 모면했다. 이 경사는 사고를 낸 뒤 현장에서 300여m 떨어진 여관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사고를 목격하고 뒤쫓아간 동료 자전거 동호회원들에게 발견돼 경찰에 넘겨졌다. 성씨는 “이 경사가 시동을 걸어둔 채 비틀거리며 차량에서 나와 도주하려는 것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경사는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206%의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경사를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중징계하기로 했다. 한편 이 국도는 왕복 4차로로 김천시내에서 직지사까지 10㎞에 걸쳐 있으며 경치가 좋아 김천지역 자전거 동호인 등이 즐겨 주행하는 코스다. 그러나 25㎝ 정도 높이의 보차도 경계석만 설치돼 있는 데다 인도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자전거 이용자들은 국도변을 따라 곡예운전을 해야 해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안전장치는 없었다는 게 동호회원의 설명이다.

김천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