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부정행위 수법 ‘레벨 업’

2009년 2월 서울시내 모 중학교 토익시험 고사장. 문제를 풀던 ‘선수’ 박모(31)씨는 오른손으로 왼팔을 두드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매문항마다 A번답은 한 번, B번답은 두 번, C번답은 세 번을 두드리는 식이다. 왼손 소매 부분에는 무전기 차임벨이 감춰져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박씨는 1번부터 190번까지의 정답을 전송했다.

같은 시간 고사장 밖에는 김모(42)씨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씨는 전송받은 답을 받아 적어 거의 같은 시간에 다른 응시자들에게 재전송했다. 답을 전송받는 응시생들은 귓속에 자기장 이어폰을 끼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했다. 문자를 받아보기 위해 긴소매 옷을 준비하고 왼쪽 소매 부분을 3.5~4㎝ 절단한 뒤 그 안에 휴대전화를 고정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응시자 중 한 명은 병원에서 가짜로 깁스를 하고 그 안에 휴대전화를 숨기기도 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무선 자기장 이어폰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토익시험 부정행위를 알선해온 일당과 이들에게 돈을 주고 부정행위에 가담한 응시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무선자기장 이어폰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응시자들에게 답을 제공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답을 전송받은 토익 수험생 주모(여·24)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 일당은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답안을 문자로 송신해주는 대가로 응시자 1인당 200만~3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2009년 2월부터 5월에 걸친 제194~197차 토익시험에서 수험생 28명에게 5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박씨는 지난 2007년 교도소에서 알게 된 사이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취업 카페나 영어 카페에 토익시험 고득점을 보장한다는 광고 글을 게시하고 이를 보고 연락처 등을 남긴 응시자들에게 접근했다. 27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박씨는 전화 및 인터넷 영어 과외를 할 만큼 능통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토익시험이 만점 수준이다. 토익 고득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행위에 가담한 응시자들은 대부분 취업 준비생이나 대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