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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09년 07월 07일(火)
골프장에 막히고 목장에 잘린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 불구 18기 묘역 훼손 심각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조선 태조를 비롯한 9명의 왕과 왕후가 안장된 경기 구리시 동구릉 앞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동구릉 숲 경관을 해치고 있다.
5일 경기 고양시 서오릉 창릉 묘역 앞에서 불과 30m 떨어진 인근 군부대 야외수영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고양 = 오명근기자 omk@munhwa.com
조선시대 왕릉 40기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상당수 왕릉 주변에 골프장과 군사시설물 등이 마구 들어서 묘역을 훼손하고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어 복원 및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오후 2시 명릉과 창릉 등 5개의 왕릉과 순창원 등이 있는 경기 고양시 용두동 서오릉(사적 198호). 입구부터 즐비하게 들어선 갈비집과 매표소를 지나 소나무길에 이르자 기무사령부의 종합교육장 정문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조선19대 숙종과 인현왕후 민씨가 안치된 명릉에 도착하자 지관 20여명이 능침까지 구석구석 수맥을 측정하고 있었다. 왕릉에서 이러한 행위는 할 수 없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관리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굴소동이 벌어졌던 순창원(순회세자) 등 일부 능의 봉분은 잔디가 부족해 드문드문 맨 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3㎞를 걸어서 간 창릉(예종과 안순왕후 한씨)의 경우 홍살문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군부대가 설치한 철조망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500여평 크기의 야외 수영장이 만들어졌다. 서오릉 뒷길로 돌아나오는 길은 곳곳에 참호와 벙커가 눈에 띄었고 이곳의 관리인은 군사시설로 훼손된 면적만도 13만㎡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고양시 원당동 서삼릉구역은 H골프장을 비롯, 한국 마사회의 종마목장과 농협의 젖소개량사업소, 한국 스카우트연맹의 청소년야영장으로 380만㎡나 잘려 나갔고 36만㎡의 목초지에 의해 3개 왕릉이 단절돼 왕릉으로서 보존 기능이 상실된지 오래다. 또한 H골프장이 기존 골프장외에 서삼릉내 덕수 장씨(의친왕 모친) 묘에서 100m도 안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9홀 골프장 증설을 계획중이어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밖에도 김포시의 장릉(章陵)과 파주시의 장릉(長陵), 양주시의 온릉에 각각 군부대의 전투교장 및 군탄약고가 들어섰고, 구리시의 동구릉은 건원릉(태조)은 물론, 왕릉마다 정자각과 홍살문사이에 있던 수복방과 수라간 등 옛시설이 사라져 왕릉의 제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입구에는 골프연습장마저 들어서 있다. 남양주시 홍·유릉도 웨딩홀 등의 건물로 가로막히고 하천이 복개돼 금천교가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선 왕릉 40기 가운데 18기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희섭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은 “훼손된 조선왕릉은 복원 재정비하는 조건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논리로 훼손된 조선 왕릉 묘역을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복원하지 못할 경우 외국 관광객들에게 부끄러운 세계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오명근기자om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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