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쌍용차 점거파업 50일, 노·사 공멸의 길 피해야

쌍용자동차는 노·사 공멸의 수순을 밟고 있는가. 노동조합의 평택공장 점거 파업이 9일로 50일이 지났지만 전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악화일로다. 생산라인 중단과 노·사간 대화 단절의 여파는 쌍용차는 물론, 협력업체와 평택 지역경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투쟁을 고집하고 있다. 회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무급휴직·희망퇴직·분사 방안도 거부했다. 여기에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판단에 근거가 되는 기업가치 재산정에 나섰다. 구조조정안 제출 시한 9월15일 이전 ‘파산 선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파업 전만 해도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원이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구조조정 등을 전제로 했다. 때문에 생산중단 사태가 지속된다면 법원 재산정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노·사 공멸을 뜻한다. 쌍용차는 지난달 재고분 217대를 파는 데 그쳤다. 회사 측 추산으로는 파업 기간에 차량 9100여대, 1990억원어치가 ‘증발’했다. 생산이 없으니 수입도 없어 3월 이후 쌍용차 임직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가족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1·2차 협력업체의 절반 이상이 휴업중이다. 대부분이 비정규직들인 이들 업체 직원 3390명이 상반기에 실직했다. 노·노간 충돌로 216명이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976명의 해고 노동자를 살리겠다며 벌인 파업에 쌍용차와 직·간접으로 연계된 20만명 가량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지만 정부로서도 현 상황에선 국민 세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분명한 것은 구조조정 없는 쌍용차 회생은 어렵다는 사실이다. 노·사가 현실을 인정하면서 차선을 모색하는 게 옳고, 노조가 먼저 파업을 푸는 게 순서다. 노·사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부나 채권단이 도와줄 명분이 생긴다. 파산한 회사에는 다시 복귀할 기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