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테러에 ‘눈물’ 디도스 상술에 ‘눈살’

‘7·7 디도스 사이버 테러’를 틈탄 정보기술(IT) 업계 일각의 얄팍한 상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안서비스 업체 L사는 ‘이번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사태에서 자사 보안서비스가 진가를 발휘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13일 배포, 빈축을 샀다. 이 회사가 자사의 공적을 과대 포장하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L사는 발표 자료에서 ‘지난 7월6일 이래로 4차에 걸쳐 이어진 디도스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의 네트워크 보안서비스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며, 피해 사례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24시간 관련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면서 비상대처한 결과’라고까지 덧붙였다.

문제는 L사가 관리하는 고객사 목록엔 이번 디도스 공격 대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보안 전문가는 이에 대해 “L사의 고객사가 이번 디도스 공격 대상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발표 내용만 보면 마치 자사 고객사가 공격을 받아 이를 문제 없이 막아낸 것처럼 보인다”며 “정작 고생한 기업들은 따로 있는데 이에 묻어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디도스 공격 대상은 1차 25곳, 2차 16곳, 3차 7곳 등으로 특정화돼 있어 공격 대상이 아닌 경우엔 특별히 공격에 시달릴 이유가 없었다.

L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디도스 공격 대상이 된 고객사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디도스 공격은 늘 있어 왔기 때문에 평소 잘 막아 왔다는 취지”라며 말을 바꿨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행태를 놓고 디도스 특수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L사뿐만 아니라 관련업계의 디도스 마케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이번 디도스 사태로 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 다들 디도스 장비 팔겠다고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해커는 매번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판매상 말만 듣고 관련 장비를 구입하면 정작 중요한 때에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