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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7월 15일(水)
日 사로잡은 ‘계유정난’ 비극 세계무대 진출의 기준 제시해
‘태(胎)’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연극은 물론 국악, 무용, 창극 등 다양한 양식으로 ‘국가브랜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 11일 이틀 동안 일본 도쿄(東京) 세다가야(世田谷)퍼블릭시어터에서 유료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한 국립극단의 ‘태(胎)’는 ‘국가브랜드’ 작품이 세계무대에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지 하나의 전범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 번째가 양식화입니다. 사실 언어를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인 연극이 다른 나라에서 공연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이 바벨탑을 쌓으며 도전한 인간의 오만을 벌하면서 인간의 언어를 서로 다르게 해놓은 결과이지요.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일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해당 국가에서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이야기여서 압축, 생략이 가능합니다만 이를 다른 나라에 소개할 때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번역작품이 늘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그러나 이번 ‘태’는 설명을 과감하게 압축했습니다. 스토리를 간단명료한 역사적 서술로 압축하고, 판소리와 시조창, 음악으로 대신해 러닝타임이 국내에서보다 10분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같은 서사적 양식화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불립문자(不立文字)로 세조와 단종 그리고 사육신의 쉽지 않은 역사를 외국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춤인데, 강한 에너지의 멋진 춤으로 사육신의 죽음 등을 표현했다면 좀 더 입체적인 그림이 살아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가 전략적 선택입니다. 주군의 핏줄을 잇기 위해 자기 자식의 생명까지 버리는 ‘태’의 소재는 사무라이 전통이 아직 살아있는 일본에서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인도나 유럽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소재이지요. ‘태’의 인도공연이 일본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어떤 작품이 해외로 갈 때 그 나라 문화에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없는지 먼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오방색을 좋아한다고 다른 나라 사람이 다 그 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나라는 귀기어린 샤머니즘을 느끼기도 하지요.

세 번째로 친절한 해설입니다. 11일 공연에 앞서 일본의 연극평론가 오자사 요시오(大笹吉雄)의 사회로 극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작품 해설이 있었는데 이날 공연의 관객 집중도가 전날에 비해 훨씬 높았습니다. 사육신이 죽을 때, 단종이 죽을 때 관객들의 숨죽인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으니까요.

21세기 문화는 전쟁이라지요. 국가브랜드 작품을 어떤 나라에 어떻게 소개할지 명쾌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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