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의 중심으로 가는 길 ‘21세기는 문화다’>눈앞에 ‘문화 보물선’이 떴다, 창의력을 개항하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흉물로 방치됐던 창고에서 복합문화상업시설로 재탄생한 일본 요코하마의 명물 아카렌가 창고. 요코하마=오애리기자

日 요코하마

21세기 세계 시장의 중심은 아시아다. 아시아에서의 승자가 세계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 소리 없는 전쟁의 승부는 문화에 있다.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평준화된 21세기 경제전쟁의 승자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는데 그 열쇠를 문화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중·일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도쿄(東京) 경제문화권에 속하는 인구 약 350만명의 해안도시 요코하마(橫濱). 바닷가에 면한 허름한 창고형 건물 안에 들어서니 2층부터 3층까지 전 전시장에서는 ‘인터발로(Intervallo) 막간전(幕間展)’(8월2일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의 와이나이 교코, 독일의 크리스틴 비클, 이탈리아의 콜롬바 레디 등 3인의 합동전시회다. 원래 해운회사 니폰유센(日本郵船) 소속 NYK 라인의 창고였던 이곳의 정식 명칭은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 흉물로 변해있던 창고는 2005년 전시장 및 작가들을 위한 스튜디오(9개)로 개조된 뒤 2008년 대규모 미술축제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를 주관하면서 세계 미술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됐다.

이곳으로부터 도보로 5분 거리에는 후지(富士)은행의 옛 건물을 개조한 ‘뱅크아트 1929’가 자리잡고 있다. 요코하마 시정부는 지난 2004년 후지은행으로부터 기부 받은 이 건물에 시의 문화 관련 프로젝트들을 총괄하는 ‘뱅크아트1929’조직을 입주시켰다. 1929는 후지은행 건물이 준공된 해이자,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설립됐고 세계 공황이 발생했던 해. 문화와 경제를 함께 아우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시 10분쯤 걸어서 니혼(日本)대로에 들어서니 ‘자임(ZAIM)’이란 깃발이 내걸린 고풍스러운 4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1928년에 지어져 관동재무국, 노동기준국, 지방재판소 등 관공서로 쓰였던 건물은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바뀌었다.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 뱅크아트 1929, 자임은 2003년부터 시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창의도시 요코하마(Creative City Yokohama)’의 핵심 거점들이다. 요코하마는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도시 개발에 디자인과 문화를 적극 도입하는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해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2002년 해안가 공원에 문을 연 아카렌가(붉은 벽돌) 창고가 대표적인 사례. ‘창의도시’는 요코하마의 문화도시 만들기 2단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요코하마시가 창의도시사업으로 얻은 경제효과는 연간 약 63억엔(약 878억원). 도시설계전문가 오민근(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국장) 박사는 “문화창조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이룬 요코하마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지적했다.

요코하마 = 오애리기자 aeri@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