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의 중심으로 가는 길-‘21세기는 문화다’>재래시장 안에 창작시장… 예술, 시민속에서 피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피규어 작가 김병하씨가 7월31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지난 2007년부터 서울의 문화지도를 바꾸며 속속 문을 열기 시작한 창작공간은 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소비를 촉진하는 데만 뜻을 두고 있지 않다. 시민들이 시청각 예술, 공연 예술, 미디어 아트 등 문화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예술의 적극적인 동반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다.

창작공간은 일반인들이 미술품이나 연극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을 뿐 아니라 예술의 생산부터 향유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예술가와 시민이 긍정적 승수효과를 통해 서울을 명실공히 한국의 창의중심(Creative milieu)으로 만들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앞에 자리잡은 중앙시장. 7월31일, 호객하는 상인과 고객, 행인들이 뒤섞여 혼잡한 시장통 입구를 지나 상가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북적이는 지상과 달리 넓은 지하상가(총길이 397m)는 몇몇 음식점과 이불가게 등만 자리를 지켜 썰렁한 분위기다. 손님마저 뜸해 한가하게 식당 밖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수다를 떨던 아주머니들이 “창작센터 보러 오셨수? 저리로 조금 더 걸어가면 나와요”라며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에 밀려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면서 버려질 뻔했던 낡은 지하상가가 오는 9월부터 젊은 공예작가들의 터전으로 변모한다. 정식 명칭은 신당창작아케이드. 국내 최초의 공방중심 창작공간이자, 서울시가 2007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12개 창작공간 중 유일하게 시장 한가운데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가게 문을 닫으려던 상인들은 지하상가가 문화공간으로 변모한다는 소식에 일단 폐업 계획을 멈춘 상태다. 그만큼 신당창작아케이드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이야기다.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피규어 작가 김병하씨도 생활에너지로 넘치는 ‘시장’과의 만남에 부풀어 있다. 한양대 인근의 현 작업실에서 만난 김씨는 “또래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장 공간이란 것이 신당창작아케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작가들끼리 서로 창작 아이디어를 주고받거나 공동작업을 할 수 있고, 시장 손님 및 지역주민들의 작품에 대한 반응도 직접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 것. 그는 “솔직히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작업을 신당창작아케이드에 가서 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입주가 확정된 작가는 총 40명. 김씨처럼 소형 인체상을 제작하는 피규어 작가를 비롯해 도자, 목공, 유리공예, 섬유공예, 디자인,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포함돼 있다. 한 명당 제공되는 공간은 19.8㎡(6평) 내외. 3.3㎡(1평)당 한 달 관리비가 5000원이니, 3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마 등 대형 장비도 제공되며,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음료수를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 공동 전시 및 판매장도 마련될 예정이다. 작가들의 입주가 완료되면 공방들 틈에 횟집, 한복집 등이 사이좋게 이웃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서명구 매니저는 “시장 속의 또 다른 예술시장이란 점에서 작가, 상인 모두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자들은 시장으로부터 작품세계에 영향을 받고 상인들 역시 문화예술을 통해 변화를 느끼게 된다면 이 공간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첫 시도는 9월 중순쯤 열리는 개관기념 행사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입주작가 40명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이 지하공간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꾸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시장골목 살리기’를 펼친다. 상인과 주민들의 참여도 대환영이다. 마침 상가를 구경온 한 영상미디어 아티스트는 “입주작가 공모를 놓쳐 너무 아쉬웠다”며 “시장 속의 집단창작촌이란 개념이 너무나 매력적”이란 반응을 나타냈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