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미래 ‘콘텐츠’에 달렸다

삼성전자의 전자책 단말기 SNE-50K가 지난 주말 첫 출시되면서 전자책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전자책 시장은 2000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가독성 낮은 플랫폼과 콘텐츠 부족 등으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다 올해들어 국내 최대 전자책 업체로 꼽히는 A사가 부도 사태를 맞으면서 얼어붙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자책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 하지만 저작권, 불법복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고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다양하게 전자책으로 즐기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 시장 본격 점화되나? = 현재 전자책 사업은 대기업, 이동통신회사, 온라인서점 등이 주도하는 단말기 개발과 유통 사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보문고와 제휴한 삼성전자의 SNE-50K 단말기는 디지털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을 사서 내려받는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어 예스 24와 알라딘도 다음 달 별도의 법인을 설립, 빠르면 내년 초부터 전용 단말기 출시와 함께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인터파크도 내년 3월 초 역시 전용 단말기를 통해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도 전자책 및 모바일 콘텐츠 오픈 마켓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해결해야할 문제들 = 대기업이 뛰어들고 이동통신사가 가세해 합종연횡을 하면서 전자책 하드웨어와 유통 인프라는 빠르게 진화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2∼3년 내에 1조∼2조원 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문제, 저작료의 배분, 투명한 전자책 관리 시스템, 적정한 가격에 대한 합의 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출판사들은 여전히 불법 복제를 우려해 전자책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정 가격도 논란거리이다. 출판계 한 인사는 “책값에는 종이값뿐 아니라, 인건비, 초기개발비용 등이 들어가있다. 단순히 종이값이 들지 않는다고 가격을 낮게 책정해서는 안된다”며 “잘못하면 음원 시장으로 재편된 가요시장과 같은 구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교보의 전자책 가격은 일반책의 40% 수준이다.

◆출판계 움직임 = 이에 따라 지난주 김영사, 더난, 문학과지성사, 시공사, 푸른숲 등 30여개 출판사들은 전자책 콘텐츠 관리 회사인 ㈜한국출판콘텐츠를 만들었다. 출판사들이 직접 전자책에 적합한 콘텐츠 목록을 짜고, 전자책으로 만들어 다양한 유통사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이사를 맡은 신경렬 더난 출판사 대표는 “출판사가 제작자를 선정해, 출판사 공동의 표준 형식을 만들고, 정가에 대해서도 공동 논의하겠다”며 의견을 수렴하고 기준을 마련해 빠르며 다음 달부터 본격 업무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개별 회사들의 움직임도 물밑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웅진 측은 혁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전자책 상품 모델을 고민 중이다. 웅진 측은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 이동이 많은 사람 등 전자책 예상 독자와 빠르게 읽고 저장 가치가 낮은 전자책에 맞는 콘텐츠가 무엇인가를 고민, 자체 내에서 상품 목록을 만들어 유통망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음사도 디지털본부를 만들어 다양한 방향을 검토 중이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편집인은 “관건은 콘텐츠”라며 “결국 나와 있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꾸는 단계를 넘어 전자책 시장에 맞는 새로운 에디터가 나와 전자책을 기획해야 진짜 전자책 활황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