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7] 김다현 “아기 보는 재미 느낄땐데 ‘돈주앙’에 푹 빠져버렸죠”

“제가 ‘꽃다현’으로 불려요. 데뷔 때부터 수식어처럼 붙어버렸죠. 지금은 사실 좀 민망해요. 아기 아빠가 됐는데. 그렇게 불러주니 고맙죠, 하하.”

배우 김다현(29), 첫인상은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았다. 남성들도 한번쯤 되돌아볼만한 균형잡힌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 쑥스러운 웃음을 지을 때마다 슬쩍 천진난만의 표정까지, 이런

그는 지난해 결혼해 올해 5월 첫 아이를 얻었다. 그 ‘아빠’역 보다 최근 6개월 동안 그의 일상을 지배한 것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호색한 ‘돈 주앙’이다. 프랑스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의 뮤지컬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중이다.

“민감한 성격이에요. 잠을 잘 때도 계속 공연을 생각하게 돼요. 오늘은 뭐가 좋았고, 뭐가 모자랐다, 그런 생각에 쉽게 잠을 못이뤄요. 공연 끝나는 날까지는 그 배역과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요.”

‘돈 주앙’은 정혼녀를 버린 나쁜남자이면서도, 뭇여인네를 설레게 하는 매력남. 김다현은 무대에서 특유의 섬세한 음색과 연기로 자유를 갈구하다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조각해간다. 그의 노래에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여성 관객들이 많은 걸 보면, 그가 빚어낸 ‘돈 주앙’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18곡을 부르는데다 등·퇴장도 많지 않아서 계속 호흡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전체를 파악한 뒤에 이 노래에선 이 정도, 저 노래에선 저 정도 하자는 식으로 사전에 계산이 돼 있어야 하죠. 그래야 관객들의 흐름을 이끌 수 있거든요.”

김다현은 자신과 관객 사이에 거리조정이 자유자재인 배우를 꿈꾼다. 그는 10년 전 그룹 ‘야다’의 멤버로 활동했던 가수출신이다. 그러다 오랜 숙원인 뮤지컬 무대에 뛰어들어 스타덤에 올랐다. 뮤지컬과 영화판을 오가는 배우 조승우와는 계원예고 동기동창. 김다현도 조만간 영화배우로 데뷔한다. 오는 9월 개봉을 앞둔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후배 신성록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사실 예전에는 저도 가수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노래나 열심히 하지, 또 배우가 노래를 하면 연기나 열심히 하지, 그런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배우의 영역이 한정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제가 준비만 된다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는 이번 가을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그나마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보직이어서 다행”이란다. 한창 물이 올라 무얼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 그는 이제 꽃남의 순수시대에서 열정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뮤지컬 ‘돈 주앙’은 오는 23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1544―1555

오승훈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