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3金시대 종언’ 이젠 ‘新정치’ 門열자

[최영범 정치부장]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대중(DJ) 전 대통령, 김종필(JP) 전 자유민주연합총재.

한국 정치사 그 자체를 대변해온 이 3김(金) 중 한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85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3김 시대, 3김 정치의 역사적 종언을 의미한다. 3김이 한국 정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남다르다.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때로는 협력, 협조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이른바 문민통치라는 민주주의초석을 다졌다.

하지만 3김 정치는 그 역사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재하는 독소 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효율적 반독재 투쟁을 위해 시스템에 의한 민주적 정당 정치를 포기하는 대신 인치(人治)에 가까운 카리스마 정치를 생산해 냈으며 가신 정치, 계보 정치, 돈 정치라는 부정적 요소를 양산했다. 또 3김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 지속하기 위해 국회의원 공천권을 예외없이 하향식, 중앙집권식으로 행사해왔다. 특히 3김 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독재 대 반독재’ 구도를 대체하면서 만들어진 영남·호남·충청 등 갈라진 지역주의다. 반독재 투쟁이란 정치 구도가 정상적인 정당 정치로 대체되지 못한 채 3김의 정치적 야망과 출신 지역을 볼모로 한 지역 구도로 대체된 것이다.

결국 3김 정치는 정당 상호간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뤄냈지만 내부의 폐쇄성으로 인해 정당 민주화는 이뤄내지 못했다.

이런 3김 정치의 부정적 측면은 아직도 여의도를 지배하고 있고 정치 폭력으로까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3김 이후 첫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생은 일견 이러한 3김 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되지만 3김 정치의 폐해는 오히려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거치면서 대국민 직접 정치라는 패턴으로 변형됐고, 의회 정치·정당 정치를 외면하는 왜곡현상, 정치와 국민의 괴리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지역·갈등·폭력과 같은 구태정치 개혁을 과제로 던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이루기 위한 특단책으로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3김 정치의 폐해인 지역주의를 선거제도로 극복하고 1개 선거구에서 1명만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 또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배출될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100년 전의 행정 구역도 개편해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3김 정치가 남긴 폐해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3김 정치의 공과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함께 그 폐해극복과 국민통합을 위한 후세들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youngb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