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포커스>‘세기의 결혼식’서 ‘나만의 잔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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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들의 결혼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톱스타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톱스타와 대중의 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혀졌다. 과거 TV나 신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소통하던 톱스타와 대중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촉하고 소통한다. 결혼이라는 가장 사적인 사건이 대중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64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영화배우 신성일 - 엄앵란의 결혼식에는 4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결혼식이 끝난 뒤 신랑 신부가 몰래 택시를 타고 빠져나왔다는 일화를 남기며 ‘세기의 결혼식’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TV와 대중매체가 발달하기 시작한 1980년대 톱스타의 결혼은 공개된 장소에서 보도진이 참석한 가운데 떠들썩하게 치러졌다. 1987년 성형외과 전문의와 맺어졌던 이미숙의 결혼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007년 20년 만에 파경을 맞아 다시 한 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미숙은 1980년대 최고 여배우답게 수백명의 보도진과 신문·방송의 카메라 앞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2000년 결혼식을 올렸던 채시라와 고 최진실도 대중의 축하를 받으며 호화로운 공개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톱스타들은 비공개 결혼을 통해 대중의 시선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2005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심은하는 비공개 결혼 후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최근 톱스타들은 결혼 후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비공개 결혼을 선호한다. 간단한 보도자료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7년 김희선이나 전도연은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한 가운데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영애는 아예 법무법인을 통해 사후에 결혼 사실을 알렸다.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사생활 노출을 철저하게 차단한 셈이다.

채시라의 남편이자 웨딩서비스업체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인 가수 김태욱은 “최근 스타와 유명인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적이고 완성도 높은 결혼 준비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스타들이 비공개 예식을 선호함에 따라 스타들의 결혼식은 하객과 언론매체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결혼 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고 결혼 당일에는 사적인 비공개 예식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형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