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일본 닻 올랐다>세습·파벌 관료사회 확 바꿀수 있을까

일본 차기 총리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총선 이후 첫 일성으로 인사에 대한 전권 행사, 예산안 전면 재검토 등을 언급, 사실상 관료들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일본 관료사회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하토야마식 개혁이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140여년간 지속되어온 관료사회의 뿌리 깊은 세습과 파벌, 정경유착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은 31일 “하토야마 개혁의 세 바퀴는 재계, 정부, 관료 등 세 분야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관료사회’로 꼽힌다. 특히 자민당이 집권해온 50여년간 관료들은 자기가 만든 정책에 대해 해당 부처 의원들에게 사전 이해를 구하고, 각료의 국회 답변서를 작성할 정도로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민주당은 100명의 국회의원을 각 부처에 파견해 관료들을 지휘하기로 하는 등 종전 관료주도 시스템을 정치 주도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의 걸림돌로 대표되는 일본 관료사회는 사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와 고도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었다. 한때는 서구사회가 가진 관료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두루 갖춘 훌륭한 제도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관료사회를 수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패배를 선언한 제2차 대전의 폐허 속에서도 관료들은 살아남는 질긴 생명력을 보였던 전력이 있다. 맥아더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인 총독들은 명령은 내릴 수 있었지만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현지의 엘리트 관료들에 의지해야 했다. 이 때문에 미군 사령부의 엄호를 받은 일본 관료들은 전쟁을 위한 국가 총동원령이 절정에 달했던 때보다도 훨씬 더 큰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