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택시장, 공급 확대로 안정시켜야

최근 전세 가격의 상승 조짐이 심상찮다. 동반해서 이뤄지고 있는 주택 가격의 상승 추세도 걱정스럽다. 이러한 우려 속에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DTI 규제는 2006년 말에 도입된 투기지역의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것과 비교해 모든 주택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효과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지나치게 강수를 두었다는 느낌이다.

이번 조치는 불안한 주택 전세시장의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구매수요를 줄이는 대신 전세수요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주택 매매시장에 대한 효과는 어떨까? 2006년 말 노무현 정부 시기에 축소된 범위의 DTI 규제 효과를 이미 경험했다. 종부세의 효과와 결합된 측면이 있으나 당시 DTI 규제는 최소한 강남 고가 아파트의 가격을 하향 안정세로 전환시키는 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동반된 문제는 비강남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 폭등이라는 풍선효과였다. 결과적으로 고가 아파트의 가격을 잡기 위해 중저소득층의 주택 가격까지 올려놓는 결과를 유발했다.

기본적으로 대출 과정에 있어 DTI 기준은 차입자의 채무 불이행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활용된다. 국내에서처럼 주택 가격을 관리하기 위한 수요 조절용으로 이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국내의 경우 소득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DTI 기준을 곧이곧대로 채무상환능력의 지표로 이용하기에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

또한 전세가 그렇듯 국내의 주택 소비는 소득을 기초로 이뤄지기보다는 자산에 기초한 소비의 경향이 크다. 이 점은 DTI 규제가 없었던 상황에도 국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채무불이행의 비중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 그리고 만기 이전 대출금의 상환으로 종료되는 비중이 높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즉, 대출 위험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DTI 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해결되지 않는 논란이 있다.

DTI 규제의 적용 시 가장 고민스러운 점은 결국 자산이 적은 계층에 불리한 시장 구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논란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미국의 주택 모기지 제도가 발전적인 모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주택구입자금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계층에도 미래 소득을 기초로 주택을 구입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지금의 DTI 기준이 유지된다면 자산이 부족한 가구의 경우 실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할 때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반면 투자적인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자산계층의 매매시장 내 경쟁력은 커질 것이다. 결국은 주택 가격 상승기 부(富)의 분배에 있어 사회적으로 원치 않는 방향으로 유도하게 된다. 이는 자산계층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기 위한 또 다른 연쇄적인 규제의 도입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것이며, 결국은 주택에 대한 투자와 공급의 축소를 유발하는 정책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지금의 불안한 시장 상황은 노 정부의 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처방, 그 결과로 발생한 반토막난 주택 공급에 따른 수급 불균형의 문제로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다. 단기적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요 억제책의 일시적인 효과에 대한 유혹에 악수를 두면 노 정부 시기 경험했던 것처럼 또 다른 악수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현 정부는 그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고 장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한 믿음으로 민간부문 공급자의 역할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선택을 이어가기 바란다.

[[이창무 / 한양대 교수·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