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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고문 게재 일자 : 2009년 09월 18일(金)
국민의례와 법정 시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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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1968년 충남 도교육위원회가 처음 만들어 보급한 이래 1984년 법제화하고 2007년 일부 표현을 수정한 현행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은 이 맹세문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때에 낭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단체의 공식 행사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낭송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 선열 및 호국 영령에 대한 묵념 등의 순으로 이어지는 국민의례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공식 행사에서 성조기를 향해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는 맹세문이 있다. 1892년 처음 발표한 이래 3차례에 걸쳐 일부 표현을 수정해온 미국의 현행 맹세문의 내용은 이렇다. ‘나는 미국의 국기, 그리고 신(神) 아래 하나의 국가이며, 갈라질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정의가 함께하도록 해주는 공화국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 1954년에 수정하면서 삽입한 표현 ‘신 아래’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빚어왔으나 국가에 대한 ‘충성 맹세’ 자체를 문제삼는 미국 시민은 드물다.

한국은 어떤가. 국기에 대한 맹세 자체를 죄악으로 치부하다시피 하는 일각의 인식과 행태가 공공연하다. 전체주의의 상징이라거나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하는 이유를 내세운 거부와 선동이 여전하다. 2003년 당시 어느 여당 국회의원이 ‘파시즘의 잔재’ 운운해 본격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뒤로 좌파 성향의 일부 지식인 계층에 확산돼온 것이다.

심지어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에서까지 그렇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창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파업 상황에 처하게 된 배경부터 이를 입증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한국노동연구원 노조는 10월24일까지 벌일 것이라고 미리 밝히면서 14일 시작한 장기 파업의 이유에 대해 ‘연구원측이 연구원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원측은 노조가 인사권과 경영권에까지 개입할 수 있게 하면서 노동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는 단협이어서 해지 통보를 했다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좌파 정부 10년 동안 연구원의 주도 세력화한 좌파 성향 연구원들과 그 노조가 우파인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취임한 현 경영진과 충돌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 충돌의 단초 중에 하나가 국민의례 거부다. 국민의례 순서가 포함돼 있다고 해서 조회(朝會) 성격의 경영설명회 참석마저 거부해온 연구원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가진 어떤 사람은 내부 게시판에 선동성 게시물을 올리는가 하면 “국민의례를 하는 사람을 보면 싫어진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연구원측은 그에 대한 고용 계약을 해지했고, 이 일이 전면 파업에 이른 노사 갈등 증폭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국민의례 거부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근본 인식부터 의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잖다면 운동권 시민단체도 아닌 국책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지식인들이 특정 정권이나 이익 집단이 아니라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는 의식까지 사악한 것으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들먹이면서도 헌법을 정점으로 한 법치를 희화화하거나 노조의 경영권·인사권 개입에 대한 정당성을 강변함으로써 헌법 가치의 양대 축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거스르는 행태를 보일 수도 없다.

피고인들이 재판부에 등을 돌리고 앉고, 일부 방청객들은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소란을 피우는 법정 시위꾼까지 설치는 배경 또한 다를 리 없다. 해당 재판장이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됐다. 재판을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법정 현장의 시위꾼과 그 지침을 내린 배후를 모두 겨냥해 공개 경고해야 할 만큼 법치에 도전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세력이 아직도 도처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엄정하고 단호한 대처 외에 달리 해법이 있기 어렵다.

[[김종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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