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를 베려던 날, 비극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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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골목길이 26일부터 10월4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바다거북의 꿈’을 공연한다. 윤제문, 고수희, 주인영, 박수영, 김주완씨 등 골목길의 스타들이 모처럼 총출동하는 화려한 무대다.

오가는 사람 없이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죽은 자와 산 자가 어울려 펼치는 세상 이야기다. 어느 날 사람들이 마을의 당산나무를 베어내려 하자 갑분할머니는 마을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나무를 지키려다 나무에서 떨어져 숨진다. 졸지에 혼자가 된 손녀 학자를 말 못하는 병득이 옆에서 지킨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난 뒤에야 할머니의 아들이자 학자의 아버지인 찬반이 섬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마을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린다.

생전 처음 아버지를 마주한 학자는 무법자 같은 아버지를 부정하며 뭍으로 나갈 꿈을 키우며 지낸다. 날이 갈수록 악랄해지는 찬반의 횡포에 마을 사람들은 괴로워하며 지내고, 당산나무가 잘려진 자리에 들어선 하얀 집의 집주인인 뭍에서 온 남자와 학자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찬반은 분노를 참지 못해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연출가 박근형씨는 “남루한 섬사람들이 하룻밤 왕의 자리를 꿈꾸는 이야기”라며 “꿈과 현실의 무게를 견주어 보는 순간 꿈은 욕망이라는 새 이름을 덧입어 세상과 승리는 없고 치욕만 남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죽은 갑분이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삶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죽음을 긍정하는 과정”이라며 “이 작품에서 바다는 어머니 자궁 속이고 바다에 뿌리를 내린 섬은 생명으로 갑분의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도 모성은 떠나지 않고 남아 남은 생명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작. 1544-1555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